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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더 죽어야 총기 규제할 건가”

입력 | 2007-04-20 03:00:00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희생을 겪어야 미국 의회가 전국총기협회(NRA)에 맞서 총기규제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을까요.”

18일자 뉴욕타임스 독자편지에 올라온 글이다. 버지니아공대에서 미 역사상 최악의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한 뒤 미국에서도 총기규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18일 뉴저지 주에서는 마이클 블룸버그(공화당) 뉴욕시장을 비롯해 미국에서 총기규제 강화에 찬성하는 시장들이 모여 총기규제 강화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블룸버그 시장은 “미국에서는 매일 30명이 총기사고로 사망한다”며 버지니아공대 참극이 매일 발생하는 셈”이라고 개탄했다.

총기규제 강화에 찬성하는 시장 모임은 총기 소유자 정보를 각 지방정부와 연방사법 당국이 공유해야 한다는 점을 촉구하는 TV 광고를 방영할 계획이다. NRA는 이 같은 방안이 총기 소유자의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다며 반대해 왔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ABC와의 인터뷰에서 총기규제 강화 방안을 질문받고 “토론이 더 필요한 사안이다. 지금은 상처를 치유하는 데 전력을 기울여야 할 때”라며 직접적인 답변을 피했다.

언론들도 견해가 엇갈린다. 뉴욕타임스는 17일자 사설에서 “충격적인 콜로라도 주 콜럼바인고교 총기 사건이 발생한 지 8년이 지났지만 아직 정치권이 총기규제 강화 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한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개탄했다.

반면 월스트리트저널은 18일 사설에서 “총기규제가 강화될수록 대량 살상 행위가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미국처럼 개인이 소지한 총기가 2억 개가 넘는 국가에서는 어떠한 총기규제도 실패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추가 총기규제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방송에 출연해 “버지니아공대가 캠퍼스에 총기 반입을 금지하는 규정을 채택하지 않았더라면 30명이 넘는 사람이 제대로 저항도 하지 못한 채 당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는 논리를 펴기도 했다.

이 같은 논란 속에서도 정작 총기규제 법안을 처리하는 의회는 오히려 조용하다. 지난해 중간선거로 민주당이 상하원에서 다수당이 됐는데도 의회에서 추가 총기규제 법안 통과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분석된다. 선거 당시 남부를 중심으로 총기 소지 지지 여론이 높은 지역에서 추가 총기규제에 반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놓고 당선된 의원이 많기 때문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특히 1999년 콜럼바인고교 총기 사건 이후 총기규제 방안을 추진하다 다음 해 선거에서 남부지역을 중심으로 고전했던 경험 때문에 선뜻 총기규제 강화 방안을 내놓지 못한다는 분석이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