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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동빈 자동차이야기]당신도 고속도 1차로 고집쟁이?

입력 | 2007-04-20 03:01:00


‘고속도로 1차로만 고집하는 당신, 도로에서 떠나라.’

한국도로공사와 경찰청은 이 같은 표어를 내걸고 지난해 하반기부터 고속도로 1차로의 제 기능을 회복시키기 위해 캠페인을 벌이고 있습니다.

도로교통법상 1차로는 추월할 때만 사용해야 합니다. 추월을 한 뒤 다른 차로로 복귀해야 하고 뒤에서 고속으로 다가오는 차가 있을 때는 비켜 주는 것이 맞습니다.

그런데 고속도로 체증이 심해지면서 추월로의 개념이 희미해졌고 상당수 운전자는 다른 차로가 비어 있는데도 무조건 1차로로 달리는 것이 현실이죠.

1차로를 고집하는 것은 차로를 자꾸 바꾸는 것이 귀찮기 때문인데 운전자 스스로에게나 사회적으로나 손실입니다. 경찰청에 따르면 고속도로 1차로는 2차로에 비해 사고율과 사망률이 높다고 합니다. 또 뒤에서 추월하려는 운전자가 위험하게 2차로로 추월하도록 강요하는 이기적인 행위이기도 합니다. 우측 차로로 추월하는 것이 법으로 금지되는 것은 역시 사고 방지가 이유입니다.

차로 이용방법은 운전면허를 딸 때 분명히 배우는 내용이지만 거의 지켜지지 않는 조항입니다. 위반하면 차량 종류에 따라 3만∼5만 원의 범칙금이 부과됩니다. 사고의 증가뿐만 아니라 차량 평균 통행속도가 떨어져 물류비용이 증가하기 때문에 경제적으로도 손실이 큽니다. 수천억 원을 들여 고속도로를 넓혀도 ‘고집쟁이’ 차량들 때문에 제대로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것이죠.

이 때문에 도로공사는 중부와 중앙고속도로 일부 구간 1차로에 ‘추월로’라는 글씨를 써두기도 했습니다. 경찰도 단속을 벌이고 있지만 운전자들은 스스로 무엇을 잘못했는지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네요.

기자는 집이 부산이고 서울에서 근무를 하기 때문에 자주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편인데 1차로보다 2차로의 소통이 더 빠른 경우를 자주 경험합니다. 고속도로가 비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증거인 것이죠.

아우토반은 도로의 설계가 좋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 같은 ‘추월의 법칙’이 철저하게 지켜지기 때문에 속도 무제한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조금 귀찮기는 하지만 스스로의 안전과 국가경쟁력 향상을 위해 추월로의 기능을 살리는 데 동참하는 것은 어떨까요.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