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의 종목분석가(애널리스트)들이 상장사의 1분기(1∼3월) 실적 발표 시즌을 맞아 곤욕을 치르고 있다. 증권사들이 제시한 실적 예상치가 공개된 실적과 크게 차이나면서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비난도 나온다.
증권사들은 삼성전자 1분기 실적과 관련해 여러 차례 수정 전망치를 내놓았지만, 영업이익 추정치는 삼성전자가 발표한 1조1800억 원보다 무려 2000억∼4000억 원 많았다.
매출액도 실제 액수보다 3000억 원 이상 초과했다.
LG필립스LCD의 영업적자 전망치도 역시 몇 차례 수정을 거듭했지만, 실제보다 4000억∼7000억 원 높았고, 포스코의 실제 매출액은 증권사의 추정치보다 3000억 원가량 많았다.
다른 기업들의 사정도 마찬가지였다. 시가총액 상위 100개사 가운데 실적발표 전 한 달 동안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1% 이상 상향 또는 하향 조정된 회사가 각각 80여개사에 이르렀다.
영업이익 추정치가 한 달 만에 흑자에서 적자로 돌변한 기업이 있는가 하면, 순이익이 116%가량 상향 조정되기도 했다. 종목분석가들의 실적 추정치가 롤러코스터처럼 엄청난 진폭을 보이는 ‘심각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물론 증권사의 종목분석가가 ‘신(神)’은 아니다. 추정치인 만큼 실제 실적과는 차이가 날 수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이 수차례나, 그것도 큰 폭으로 추정치를 바꾸는 것은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투자자들이 ‘믿지 못하겠다’고 등을 돌려도 할 말이 없을 듯싶다. 실적 전망치 조정이 되풀이되는 것은 종목분석가들이 기업은 계속 성장한다는 신념에 따라 미래 기업이익에 대체로 낙관적인 시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 리서치센터장은 “기업 실적 전망치는 자체 분석 자료도 참고하지만, 전반적인 분위기가 상승세인지 하락세인지를 살펴 그 추세에 맞춰 제시하는 경향도 무시 못한다”며 “이 때문에 실제 실적과의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투자자들은 ‘애널리스트 보고서는 참고만 할 뿐 판단은 본인이 해야 한다’는 투자 원칙을 머릿속에 확실히 새겨둬야 할 것 같다.
손효림 경제부 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