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5 재·보궐선거를 이틀 앞두고 정치권이 ‘돈풍(風)’에 휩싸였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모두 ‘불법 선거자금’을 놓고 상호 공방전을 펼치고 있는 것.
우리당 “한나라 집권=부패천국 회귀” 맹비난
열린우리당은 23일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의 지역구 사무소 과태료 대납 의혹 및 경기 안산 ‘도의원 공천 헌금’ 사건에 대해 집중 성토했다. 과태료 대납 의혹과 관련해선 특별조사단을 꾸려 선관위와 경찰청에 진상조사를 요구했다. 침체된 분위기를 반전시키고 한나라당 불패신화를 깨는 호기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장영달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한나라당은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겠다, 돈 많은 사람들과만 살겠다’는 것을 여실히 입증했다”며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부정부패 천국으로 회귀할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원혜영 최고위원도 “한나라당은 돈과 관련된 추문이 끊이지 않고 있는데, ‘아래에서부터 위’까지 ‘공천비리에서 불법 대납’까지 유형도 다양하다”며 “한나라당의 불법·부정에 결정적인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원 최고위원은 강 대표에게 집중포화를 날렸다. 그는 “이번 불법 대납사건은 사상초유의 일”이라며 “강 대표는 ‘나는 모르는 일’이라고 발뺌하지만 후원회 사무국장이 돈을 냈는데 해당 지역구 국회의원이 모른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나라 “노 대통령 불법 대선자금 재수사 해야”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노무현 대통령 캠프의 불법 대선자금이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10분의 2, 3에 이르자 중수부 폐지론 등 대통령 측근들의 압력이 있었다’는 내용의 지난 19일 송광수 전 검찰총장의 발언을 문제 삼으며, 노 대통령의 불법 대선자금을 재조사하겠다고 반격했다. 한나라당은 범부부와 검찰에 자료를 요청하고 국정조사나 특별검사를 도입해 진상조사를 벌이겠다고 강조했다.
강재섭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는 그동안 노 대통령 발언과 상당히 배치되는 것으로 엄청난 파장이 예상되고 헌정 질서에 큰 문제를 제기하는 사건이 아닐 수 없다”며 “노 대통령은 침묵하지 말고 국민 앞에서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강 대표는 “한나라당은 차떼기당이라는 불명예를 씻기 위해 천안연수원을 국가에 헌납하고 중앙당사를 매각하는 등 노력과 변화를 거듭해왔다”며 “불법 대선자금을 갚겠다고 국민에게 약속했던 열린우리당과 탈당 의원들도 그 돈을 어떻게 갚고 있는지 반드시 해명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나경원 대변인도 “검찰은 즉각 베일에 가려져 있는 노 대통령 대선 자금에 관해서 수사의 전모를 공개하고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전면 재수사에 나서야 한다”고 역설했다.
주성영 의원은 “노 대통령의 불법 대선자금 문제는 일회적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며 “필요하다면 24일부터 열리는 법사위에서 국정조사나 특별검사가 필요한지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2004년 5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불법 대선자금 수사와 관련해 “선거 때 쓴 돈은 노무현 후보 113억8700만 원, 이회창 후보 823억2천만 원이다”고 발표했다. 노 후보는 이후 추가로 드러난 6억 원을 더해 이 후보의 10분의 1.4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번 송 전 총장의 발언에 따르면 노 후보의 불법자금은 165~247억 원에 이른다. 검찰이 ‘10분의 1 수준’을 맞추기 위해 더 찾아낸 45~128억 원을 숨겼다는 의미다. 당시 노 대통령은 “내 대선 자금이 한나라당의 10분의 1을 넘을 경우 대통령직을 사퇴하겠다”고 말했다.
김승훈 동아닷컴 기자 h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