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들은 자녀에게 가능한 한 많은 책을 읽히고 싶어하지만 비싼 어린이용 도서를 넉넉히 사기란 쉽지 않다. 최근에는 부모와 자녀가 편안히 책을 읽을 수 있는 어린이 도서관이 인기를 끌고 있다. 김재명 기자
《논술이나 사고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어린 시절부터 책을 읽히려는 부모가 늘고 있다. 하지만 삽화나 종이 질이 좋은 어린이 도서는 어른용 책보다 훨씬 비싼 경우가 많아 책을 일일이 다 사주는 것도 만만치 않다. 최근에는 어린이들을 위해 특별히 고안된 도서관이 속속 생겨나 무료 또는 차 한 잔 값 정도로 다양한 책을 마음껏 읽힐 수 있는 공간이 늘어나고 있다. 나들이를 겸해 아이 손을 잡고 가까운 도서관을 찾아 나서 보자.》
서울에서 멀지 않은 경기 파주시 헤이리 예술마을에는 도서 문화 복합공간인 ‘아티누스’가 있다.
2층에는 온오프 도서 포털 리브로가 지난해 12월 문을 연 국내 최대 규모의 어린이책 전문서점인 어린이리브로가 있다. 200평 규모의 공간에 어린이책 4만여 권이 갖춰져 있고, 어린이책 전문가들이 상주하면서 아이에게 맞는 책을 권해주기도 한다. 누구나 무료로 편안히 책을 볼 수 있도록 책상 등이 잘 갖춰져 있다.
지하 1층에는 약간의 이용료를 내면 3500여 권의 책을 무제한으로 볼 수 있는 도서관 ‘키즈 북 라운지’와 그림책의 원화를 전시하는 ‘네버랜드 픽처북 뮤지엄’이 있다.
지하인데도 햇볕이 들어오도록 설계됐고, 아이들이 편안히 활동할 수 있도록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원목마루 형태로 꾸며졌다.
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 문을 연다. 1층에 식당이 있어 주말에 온 가족이 찾는 경우가 많다.
‘키즈북 세종’은 영어도서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온오프 서점 겸 도서관. 경기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에 위치한 70평 규모의 공간에서 어린이들이 자유롭게 영어 관련 책을 볼 수 있다.
어린이용 영어 교재는 물론 수입 원서도 많아 아이들의 각자 영어 실력에 따라 책을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다.
엄마들에게 특히 인기가 있는 것은 창고개방 형식의 공동구매나 기획전. 행사가 자주 열려서 싼 값에 영어책을 사기에 좋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 30분까지 문을 열고 일요일은 쉰다.
부모를 대상으로 독서 지도법을 알려주는 공간도 있다.
1998년부터 온라인 어린이 서점을 운영해 온 ‘세원북’은 서울 광진구 중곡동과 경기 성남시 분당에 오프라인 매장을 열면서 어린이 도서관 형태로 단장했다. 도서연구회 활동이나 어린이 도서를 전문적으로 다룬 경험이 있는 직원들이 있어 부모들에게 독서 지도법과 책 고르는 요령 등을 상담해 준다.
영유아용부터 초등학생용 도서까지 다양한 책들이 있으며, 비디오를 보는 공간과 아이들이 마음껏 놀 수 있는 놀이방도 있다. 무료로 회원으로 가입하면 책을 살 때 20%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문을 열고 일요일은 휴무다.
자녀가 유독 그림책을 좋아한다면 이화여대 후문쪽에 자리한 ‘초방’에 가보자.
우리나라 최초의 어린이 그림책 전문 서점으로 알려진 초방은 한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볼로냐어린이국제도서전 심사위원을 맡았던 신경숙 씨가 운영한다.
벽면을 따라 빼곡히 꽂힌 그림책이 2000여 권. 부모와 아이가 함께 앉아 차를 마시면서 책을 볼 수 있는 카페도 있다. 매장 한쪽의 벼룩시장에서는 그림책 작가들의 캐릭터 스티커나 장식품 등을 만나볼 수 있다.
매주 수요일 오후 3시에는 일본어 그림책 읽기 시간이 마련돼 누구나 무료로 참가할 수 있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운영되고 일요일은 쉰다.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꿈과 쉼’은 개관한 지 8개월 정도 된 어린이도서관. 8평과 4평 규모의 작은 열람실 2개로 운영되지만 3500권의 책을 갖추고 있다.
삼청감리교회가 운영하는 이곳의 책들은 도서관 아래에 위치한 북카페 ‘엔’의 수익금으로 마련됐다. 도서관을 이용하려면 1년에 1만 원의 연회비를 내면 된다.
선착순으로 어린이 20명 정도의 신청을 받아 한 달에 한 번씩 인근 박물관 탐방 같은 현장 학습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문을 열고 월요일은 쉰다.
어린이리브로의 이가희 머천다이저는 “성인들의 책은 베스트셀러가 꼭 좋은 책이라고 말할 수 없지만 어린이책은 대부분 베스트셀러와 좋은 책이 겹친다”면서 “베스트셀러를 중심으로 아이들이 많은 책을 접할 수 있도록 도서관과 서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글=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디자인=공성태 기자 coon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