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 월마트 매장.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미 전역을 공략하면서 세계 최대 유통업체로 군림해 온 월마트가 최근 실적 부진에 시달리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2003년 미국 아칸소 주 벤턴빌에 있는 월마트 본사를 방문한 적이 있다. 세계 최대 유통업체의 본사는 초라했다. 인구 3만 명의 소도시인 벤턴빌에 있는 본사는 창고를 개조한 소박한 건물이었다. 밖에서 봐서는 영락없는 창고였다.
최고경영자(CEO)인 리 스콧 회장을 포함해 임원들은 공동 사무실을 쓰고 있었다. 임원 1명의 공간이 3평을 넘지 않았다. 고객에게 물건을 한 푼이라도 더 싸게 공급하기 위해 모든 비용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 월마트의 경영 철학이었기 때문.
‘언제나 낮은 가격으로!(Always Low Prices!)’를 모토로 고객을 공략한 월마트는 유통업계의 공룡이었다. 매출액은 매년 크게 늘었고 주가도 올랐고 고객의 존경도 받았다.
그런 월마트가 최근 들어 심상치 않다. 우선 최근 몇 년 사이에 ‘안티 월마트 세력’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월마트는 무(無)노조 회사다. 안티 월마트 세력은 “월마트가 노조가 없다는 점을 악용해 저임금 근로자를 착취하고 있다”며 공격 수위를 효과적으로 높이고 있다. 월마트 직원은 100만 명이 넘는다.
이에 따라 그동안 홍보에 무관심하던 월마트가 홍보 인력을 대거 확충했다. 또 소수인종과 여성 이사들을 늘렸고, 노사관계도 재점검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런데 문제는 ‘악재’가 끊이지 않는다는 점. 회사 직원이 뉴욕타임스 기자를 도청한 혐의로 적발됐으며, 얼마 전에는 월마트 2인자가 회사자금 유용 혐의 등으로 구속됐다.
더욱 큰 위기는 부진한 실적. 미국의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는 최근호에서 월마트가 여전히 많은 이익을 남기는 등 좋은 회사이지만 지난해 점포당 매출액 증가율이 1.9%로 창립 이후 최악의 실적이었다고 지적했다.
비즈니스위크는 기존 월마트의 강점이었던 ‘저가 전략’이 한계에 도달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저가 전략의 주 공략대상인 미국 서민층의 실질 구매력은 한계에 봉착했다. 반면 월마트 경쟁자인 타깃 등은 월마트와의 가격 격차를 줄이는 한편 중산층을 겨냥한 마케팅 전략으로 월마트를 맹렬하게 추격 중이다.
월마트는 한때 구매력이 높은 중산층을 공략하려다가 오히려 기존 고객이 이탈하는 바람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형국이다.
월마트가 이런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공종식 뉴욕 특파원 k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