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잇따라 부적격 공무원 퇴출 방안을 추진 중인 것과 대조적으로 중앙정부는 공무원 규모를 계속 늘리고 있다.
정부는 행정공무원 수가 아니라 소방, 경찰 같은 안전 분야나 사회복지 교육·문화 등 대민 서비스 부문에서 공무원 수를 늘리고 있다고 해명해 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기본적으로 ‘작은 정부’를 유지해야 한다는 국정 철학이 없기 때문에 각 부처가 앞다퉈 인력 증원을 요청하는 것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혁신 추진이 공무원 늘리기 명분=행정자치부는 지난해 처음으로 중기(中期) 인력운영계획을 세우기 위해 각 부처에 2006∼2010년의 소요 인력 신청을 받았다. 결과는 총 13만 명의 증원 요청. 그나마 조정해서 5만 명대로 낮췄다는 것이 행자부의 설명이다. 늘 팽창하려는 속성이 있는 공공부문에 대한 통제가 느슨해졌다는 증거다.
국회에서 갑작스러운 입법으로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조직과 인력 신설이 필요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과거사진상규명과 관련된 위원회의 신설이 대표적인 예다.
최근 공공기관혁신법이 제정된 것도 조직의 증원이 불가피하게 된 원인이다. 입법 취지는 공기업과 정부출연기관 등 공공기관의 관리를 강화하자는 것이지만 결과는 역설적이게도 관리해야 할 공무원을 더 채용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전에는 현황 파악 정도였던 것이 이제는 공공기관의 혁신 업무와 임원에 대한 인사 관리, 성과 평가, 공공기관 데이터베이스 자료 관리 등의 업무가 추가되면서 인원이 더 필요해졌다는 것이다. 결국 ‘혁신’을 위해 인력을 늘리게 된 셈이다.
초대 중앙인사위원장을 지낸 김광웅 서울대 명예교수는 “김대중 정부 때에는 공무원 수를 꾸준히 줄였으나 이 정부에서 회복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공무원 증원에 대한 비판이 나올 때마다 교육과 안전 복지 분야의 공무원을 늘리고 있다고 정부가 해명하고 있지만 해외에서는 앞으로 30년 안에 공공 부문이 없어진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며 “미래 정부상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 없이 공무원을 늘리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교육이나 복지를 왜 국가가 전적으로 떠맡아야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논의부터 벌여 민간이 더 잘할 수 있는 분야는 과감하게 넘겨야 한다는 것이다.
▽지방공무원 증가에는 중앙정부 책임도=노무현 정부에서 국가공무원이 2.4% 늘어난 데 비해 지방공무원은 12%나 늘었다. 하지만 중앙정부의 요청으로 어려운 살림살이에도 어쩔 수 없이 공무원을 늘린 경우도 있었다는 게 지방자치단체의 항변이다.
정부가 새로운 법률이나 제도를 시행할 때마다 지자체에 조직의 신설과 인력 배치를 요구하고 있다는 것. 지방분권화와 균형발전을 명분으로 국가사무를 지방으로 이관하는 것도 지자체의 팽창을 불러온다.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나 주민생활지원서비스, 복식부기제도 도입, 새 도로명 주소제 등이 대표적인 예다.
최근에도 행자부는 ‘총액인건비제’ 시행과 관련해 광역자치단체의 조직관리 부서에 공무원 2명을 보강하고, ‘주민생활지원서비스’를 담당할 사무관 1명과 직원 3명의 배치를 요구했다.
경남도 관계자는 “지자체는 새로운 업무와 시책이 생기면 그만큼 일이 늘어나고 부담도 커진다”고 말했다. 중앙정부는 용역 등으로 검토를 거쳐 조직과 인원의 배치를 요구하지만 지자체로서는 예산 지원 없이는 선뜻 받아들이기가 어렵다.
충북도는 공무원 수가 2003년 말 2391명(소방직 968명)에서 2007년 현재 2635명(소방직 1048명)으로 244명(소방직 80명) 늘었다. 1998년 2555명이었던 공무원이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로 인한 구조조정으로 2001년에 2149명까지 줄었다가 다시 늘어난 것.
늘어난 공무원 가운데 소방직을 빼면 나머지는 노근리 양민학살 사건 진상규명 업무와 혁신, 소나무재선충병, 토지관리, 풍수해 보험 등의 국가사무 이관 분야다. 노근리 진상규명 업무는 충북만의 특수한 것이지만 나머지 업무는 다른 지자체에도 해당되는 것이다.
충북도의 한 공무원은 “내려온 국가 사무를 안 할 수도 없고 인원을 늘리지 않으면 기존 공무원들의 업무 부담이 크게 늘기 때문에 증원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창원=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충주=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