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활황을 맞은 일본 기업들이 요즘 대학 졸업생들을 모셔 가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올해 초 도쿄에서 열린 한 취업설명회에서 대졸자들이 면담을 기다리며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유통업체 7곳서 학생 1명 줄다리기
일본 정부 인사원은 국가공무원시험 응시자가 급감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 경제 부활에 따라 민간 기업의 채용이 활발해진 점을 꼽는다.
실제 일본의 국가공무원 시험 응시자수는 1, 2, 3종을 가리지 않고 경기와 반비례하는 경향이다. 민간기업 취업난이 극심했던 1999년에 비해 올해 국가공무원 1종 시험 응시자수는 55.3%에 불과하다.
○ 버블경기 이후 채용 열기 최고
패전 후 가장 긴 호황 속에서 베이비붐 세대가 집단 퇴직하는 ‘이중 가뭄’ 현상이 나타나면서 민간 기업들은 인재 확보에 혈안이 된 상태다.
이런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24일 구인·구직 전문 웹 사이트 리크루트가 발표한 민간 기업의 내년 3월 대학 및 대학원 졸업 예정자 채용 계획에 따르면 총채용예정자 수는 올해보다 13% 증가한 93만3000여 명으로 조사됐다.
일본의 버블 경기가 한창이던 1987년 이 조사가 시작된 이래 가장 많은 수다.
민간 기업에 취직을 희망하는 학생 1명당 구인(자리)총수를 나타내는 이른바 ‘구인배율’도 전년보다 0.25포인트 상승한 2.14배를 나타냈다. 1992년 이후 15년 만의 최고치다.
특히 유통업은 구인 수가 11.1% 늘어난 반면 취업희망자는 2.9% 줄어 구인배율이 7.31배를 나타냈다. 이 때문에 유통업체들은 비정규직 사원을 대거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등 비상대책을 서두르고 있다.
민간 기업의 ‘구인전쟁’ 틈바구니에서 우수 인재를 확보하려는 지방자치단체들의 노력은 눈물겨울 지경이다.
공무원시험 인기가 급락하는 또 다른 이유 중의 하나로는 공무원제도 개혁이 꼽힌다.
○무너지는 공무원 특권
일본은 ‘관료왕국’이라고 불릴 정도로 공무원들이 많은 특권을 누려왔다.
60세까지 ‘철밥통’이 보장되는 것은 물론 정년퇴직을 하면 산하단체나 공기업에 ‘낙하산’을 타고 내려가 수십 년의 공무원 생활 동안 번 것보다 더 많은 급여를 몇 년 만에 챙긴 뒤 느긋하게 노후를 즐긴다.
공무원 월급이 적은 것도 아니다. 일본 재무성의 2005년 조사에 따르면 종업원 100명 이상 민간 기업에 비해 지방공무원은 21%, 국가공무원은 6% 더 많은 급여를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정권 종반부터 개혁의 칼날이 공무원의 특권을 향하면서 ‘좋았던 시절’은 막을 내리고 있다.
공동여당인 자민당과 공명당은 23일 각각 행정개혁추진본부총회를 열어 낙하산인사 규제와 능력주의 도입을 뼈대로 정부가 마련한 공무원제도개혁관련 법안을 원안대로 승인했다.
인사원은 공무원 급여 수준을 결정할 때 참고하는 대상을 종업원 100명 이상 민간기업에서 100명 이하 기업으로도 확대해 급여수준을 낮추기로 지난해 결정한 바 있다.
인사원 측은 낙하산인사 등이 개혁 대상으로 떠오르면서 공무원의 이미지가 나빠진 것도 공무원시험 응시자 감소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본다고 요미우리신문은 전했다.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