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가 야구에 이어 부산의 인기 스포츠로 자리 잡고 있다. 부산 연고의 KTF가 모비스와 23일 프로농구 챔피언 결정 3차전을 벌이는 동안 사직체육관을 가득 메운 부산 팬들이 뜨거운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사진 제공 KBL
부산의 야구 열기는 대단하다. 그래서 ‘구도(球都)’라고 불린다.
부산에 연고를 둔 프로야구 롯데는 1992년 120만9632명의 관중을 동원해 서울보다도 먼저 100만 관중 시대를 열었다. 1995년 롯데가 마지막으로 100만 관중을 돌파(118만576명)했을 때 프로야구는 사상 처음으로 500만 관중을 넘었다.
그런 부산이 구도 타이틀을 하나 더 얻었다. 바로 농구의 도시다.
○ KTF 신흥 명문구단 부상에 인기폭발
KTF는 2003년 11월 당시 연고를 여수에서 부산으로 막 옮긴 코리아텐더를 인수했다.
2003∼2004시즌을 8위로 마친 KTF는 이후 2시즌 연속 6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데 이어 올 시즌에는 꿈에 그리던 챔피언결정전 무대를 밟으며 신흥 명문 구단으로 떠올랐다.
비록 부산을 연고로 했다지만 KTF는 지난 시즌까지 경기 용인시에 있는 송담대 체육관에서 연습을 했고 근처에 있는 숙소에 묵었다. 홈경기 때만 ‘잠시’ 부산에 내려오는 수준이었다. 지방에 연고를 둔 다른 구단들과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KTF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홈팬들에게 좀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숙소를 부산으로 옮겼다. 숙소를 신축할 여건이 안 돼 도심과 가까운 지하철 미남역 인근에 47평짜리 아파트 6채를 마련했다. 홈경기장도 시내에서 먼 금정체육관 대신 사직 실내체육관을 5년간 임대했다. 오래된 체육관을 그냥 사용할 수 없어 15억 원이나 투자해 시설을 싹 바꿨다.
부산으로 숙소를 옮긴 초반에는 선수들의 불만이 컸다. 대부분 수도권에 집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불만은 줄고 만족이 커졌다. 요즘에는 선수단 전체가 주말이면 일부러 서면이나 경성대 앞 등 사람이 많은 곳의 식당을 찾아간다. 적극적인 홍보 덕분에 부산에 농구팀이 있는 줄도 몰랐던 시민들이 이제는 반갑게 인사하고 사인도 요청한다.
2005∼2006시즌 평균 3215명이었던 관중은 올 시즌 4041명으로 늘었다. 25.7%나 늘어난 수치다. 창단 후 처음으로 10만 관중(10만9117명)도 돌파했다. 홈에서 치른 플레이오프 3경기에서는 평균 8751명의 관중이 체육관을 가득 메웠다.
○ 10만관중 첫 돌파… 작년보다 25%나 늘어
23일 모비스와 치른 챔피언결정전 3차전에서 2연패 뒤 반격의 1승을 거둔 순간 사직 실내체육관에는 감격한 팬들의 ‘부산 갈매기’가 울려 퍼졌다.
승리의 주역 신기성은 “열광적인 홈팬들 앞에서 지는 모습을 보여 주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야구는 4월에 시작해 10월에 끝난다. 농구는 10월에 시작해 4월에 끝난다. 부산 종합운동장역에는 1년 내내 ‘부산 갈매기’ 노래 소리가 들릴 것 같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