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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홈]현장에서/매도 매수 양쪽다 ‘오래버티기’게임

입력 | 2007-04-26 03:00:00


최근 몇 주째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아파트 값이 하향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과거 집값 폭등의 ‘뇌관’이었던 이 지역의 아파트 값이 안정돼 가고 있다는 점은 반갑고도 다행스럽다.

하지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마냥 반길 일만도 아니다.

집을 팔고 싶어도 양도소득세 부담 때문에 엄두도 못 내는 사람들 얘기다. 보유세 부담까지 크게 늘어 집을 팔려는 사람들이 꽤 있지만 최소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에 이르는 양도세 부담 때문에 이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집을 계속 보유하는 쪽을 택하고 있다.

지난해 말 재건축이 끝난 서울 송파구 잠실동 레이크팰리스(옛 주공4단지) 33평형에 입주한 A(65) 씨도 그 중 하나다.

오래 전부터 이곳에 살았던 A 씨는 이 아파트를 팔아 자녀 결혼자금에 보태고 남은 돈으로 서울 외곽으로 옮겨 노후를 보내려 했다가 단념했다. 현 시세가 11억 원 정도인 이 집을 팔면 2억 원가량을 양도세로 내야 하기 때문이었다.

양도세를 내도 집으로 수억 원을 벌지 않느냐고 묻자 그는 “투기를 한 것도 아니고 살다보니 집값이 오른 것뿐인데 세금 부담이 너무 크지 않느냐”며 “직접 당해 보지 않으면 이 심정을 모를 것”이라고 씁쓸해했다.

하물며 1가구 2주택 양도세 중과(重課) 대상에 걸리는 사람들이야….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달 “서울 강남에서 집을 팔아 경기 성남시 분당구로 이사하면 양도세 내고도 상당한 현금을 확보할 수 있다”고 했다. 단순 명쾌하다. 하지만 동의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잠실동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양도세 부담을 조금만 덜어줘도 매물이 늘어나고 자연히 값도 떨어질 텐데 지금은 파는 쪽도, 사는 쪽도 팽팽하게 ‘버티기’를 하는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정부가 2채 이상 보유자와 6억 원 이상 고가(高價) 주택에 양도세를 무겁게 물리고 보유세를 계속 올리는 것은 투기를 차단해 집값을 잡겠다는 의도였지만 엉뚱하게도 ‘공급 위축’이란 결과를 낳고 있다.

부동산 투기는 반드시 근절돼야 하고 이를 막기 위한 정책은 일관되게 추진돼야 한다. 하지만 집 한 채가 전 재산인 ‘보통 사람들’까지 투기꾼 취급하는 현실은 부동산 시장을 위해서나, 정부를 위해서나 바람직한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이태훈 경제부 기자 jeff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