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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따라 세계일주]뉴욕

입력 | 2007-04-27 03:02:00

뉴욕 타임스스퀘어의 당일티켓 판매 부스 앞에 줄을 선 공연 관객들. 오전부터 줄을 서기 시작해 오후에는 500여 명으로 늘어난다. 사진 제공 유경숙 씨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 거리.


《예술과 여행을 함께 즐기는 ‘아트 투어(Art Tour)’가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골드 미스’ 유경숙(32) 씨도 직장에 사표를 내고 1년 계획으로 36개국 42개 도시를 둘러보는 세계 일주 아트 투어에 최근 나섰다. 8년 경력의 공연 기획자인 그녀는 ‘난타’의 마케팅 담당을 거쳐 문화포털 ‘티켓링크’ 마케팅연구소에서 홍보마케팅 팀장을 지냈다. 유 씨가 해외의 생생한 공연 현장 이야기를 2주에 한 번씩 전한다.》

세계의 문화 트렌드를 죄다 들여다볼 작정으로 시작한 문화기행. 그 첫 정거장은 뉴욕이다. ‘공연’이라는 문화콘텐츠로는 세계 최대 시장인 뉴욕은 내게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 같은 곳이다.

뉴욕은 공연이 넘쳐난다. 대형 뮤지컬이 올라가는 브로드웨이의 40개 공연장도 꽉꽉 차고, 오프브로드웨이 공연이 70∼80개, 오프오프브로드웨이 공연이 100개가 넘으니 매일 밤 200편이 훨씬 넘는 공연이 열렸다.

공연왕국 브로드웨이를 보며 ‘어디 빈틈은 있겠지?’라는 심정으로 골목골목을 뒤지고 다니니 어느새 재미있는 뒷이야기도 들렸다. 오프브로드웨이에서 잘 나가는 톱 뮤지컬 배우에게서 직접 이야기를 듣자니 눈은 즐겁고 귀는 더욱 솔깃했다.

오프브로드웨이의 인기 작품 ‘비(Be)’에 대한 이야기였다. 이 작품은 지난해 호평받은 뒤 최근 브로드웨이 진출과 월드 투어를 준비하고 있다. 그런데 월드 투어의 제작비를 감당하지 못한 기획사가 ‘오리지널’ 공연 배우를 포기하고 ‘값싼 배우’(연기력이 검증되지 않은 초보)를 기용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가슴이 뜨끔했다.

해외 유명 뮤지컬이 내한해 ‘오리지널∼팀’이라고 외쳐도 이런 수준의 팀일 수도 있으니 말이다.

관객 걱정을 전혀 하지 않을 것 같은 뉴욕공연장에서도 빈부의 격차가 뚜렷하다. 대형 공연장이 밀집된 큰 거리는 한밤에도 불야성을 이루는가 하면 소형 공연장이 많은 골목에서는 위치를 확인하기 위해 지도를 몇 번이나 펼쳐봐야 했다.

먼저 뉴요커가 추천하는 인터넷사이트와 브로드웨이 공연 잡지를 뒤졌다. 브로드웨이와 주변 공연을 소개하는 인터넷사이트는 수없이 많지만, 오프 특히 오프오프의 공연을 소개하는 곳은 공연사이트나 전문잡지에서도 30%를 넘지 않았다.

브로드웨이와 오프, 오프오프는 예전에 좌석수 즉 공연장 규모로 구분했으나, 요즘은 주소만 들어도 알 수 있을 만큼 지역적으로 나뉘어 있다. 뉴욕 공연가를 지도에 그려보면 자본 논리에 의해 중심에서 변두리까지 순서대로 브로드웨이-오프-오프오프를 이룬다. 소호지역의 예술가들이 브루클린 다리 지역인 덤보 지역으로 모여드는 것처럼.

그럼에도 오프와 오프오프를 외면할 수 없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한국에서 보기 어려운 공연의 다양성이다. 이야기 주머니를 단 혹부리 영감을 만난 것처럼 다양한 소재의 공연이 넘쳐났다. 라디오 토크쇼의 다양한 이야기를 묶어 리얼리티를 살린 연극, 서로 다른 국적을 가진 부모와 자녀 사이의 웃지 못할 해프닝, 미국 진출을 희망하는 아시아계 뮤지컬 지망생들의 오디션 뒷이야기 등 여행 일정을 연기해야 할 정도로 매력적인 이야기들이 넘쳐났다.

한국에서도 공연했던 ‘알타보이즈’는 오프에서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다. 다섯 명의 ‘알타보이즈’ 중 한 명인 숀 테일러는 “오프에서는 전쟁이나 최근의 사건 등 ‘오늘’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 늘고 음악도 랩이나 팝을 이용하기 때문에 관객 연령이 젊어지고 있다”고 했다.

혹시 하는 기대로 한국이나 아시아의 작품을 찾았으나, 눈을 씻고 찾아봐도 안보였다. 맨해튼에는 100개가 넘는 언어가 사용될 만큼 여러 인종이 살지만 한국은커녕 아시아 작품은 하나도 없었다. 오프에서 10여 년간 연기 활동을 해온 김혜리 씨는 “이벤트성으로 잠깐 선보이는 아시아 작품은 많은데, 소재의 한계를 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며 “그런 이유로 공연이 올라가도 그 나라 사람만 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보름 간의 뉴욕 일정이 끝났지만 오프브로드웨이의 끝없는 이야기에 매료돼 열흘 더 있기로 했다. 그만큼 남미 일정을 줄일 수밖에 없었지만, 브로드웨이의 유혹을 물리칠 수는 없었다. 매일 밤 공연을 보고 숙소로 돌아가는 지하철 속에서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뮤지컬 ‘아이다’를 떠올리곤 했다.

상업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내지만, 결코 미워할 수 없는 브로드웨이는 화려하고 오만한 암네리스 공주같았고, 가난하지만 타고난 기품을 잃지 않는 오프는 흑진주 아이다를 닮았다.

암네리스가 라다메스 장군을 유혹한다. “라∼다메스∼! 어서 와 당신의 왕국을 탐험해 봐∼요∼!” 나는 라다메스 장군이었다. 화려한 유혹에 넘어가는 마음 약한 라다메스….

유경숙 공연기획자

▼브로드웨이 티켓 정보▼

△타임스퀘어 tkts에서 줄서지 마라!

웬만한 관광객들은 타임스퀘어에 있는 당일티켓 판매 부스 ‘tkts’를 안다. 이곳에서는 싼 티켓을 구하려는 이들이 아침부터 줄을 서 오후에는 500여 명으로 늘어난다. 하지만 여행 중에는 한나절을 줄서서 보내는 것도 낭비. 지하철로 20분쯤 가는 풀턴 역에도 tkts가 있다. 20일간 이곳과 타임스퀘어 tkts를 번갈아 이용했는데 풀턴에서 산 티켓이 좌석 위치도 좋았다. 이곳은 잘 안 알려져서 줄도 거의 서지 않았다.

△복권 티켓 이벤트도 노려보자

공연장 앞에서 즉석 복권 티켓 행사가 열리기도 한다. 비정기적이지만 당첨되면 티켓 두장을 무료로 받을 수 있다.

△무료 할인쿠폰을 챙겨라

타임스스퀘어의 인포메이션센터에서 무료 쿠폰을 받을 수 있다. ‘쿠폰북 플리즈∼’라고만 하면 쿠폰 파일을 보여주는데 원하는 만큼 준다. 모든 공연의 쿠폰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운이 좋으면 보고 싶은 공연의 쿠폰을 구할 수 있다.

△오후 3시 반값 티켓 세일 이벤트

오후 3시가 넘으면 타임스스퀘어에 반값 티켓 세일맨이 나온다. 이들은 암표 장수와 다르다. 암표 장수는 몰래 접근하지만, 이 기습 티켓 세일즈맨은 피켓을 들고 큰소리를 세일을 알린다.

△줄리아드음악원 등 학교의 무료 공연을 찾아라

줄리드음악원 2층에 가보면 티켓 박스가 있고 졸업생들의 공연 일정을 확인할 수 있다. 음악 거장의 탄생을 지켜보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시어터마니아(www.theatermania.com/discounts/)에 가입하라

이 사이트의 회원으로 가입하면 할인 쿠폰을 내려받을 수 있다. 인기 공연은 없으나 간혹 보고 싶은 공연이 쿠폰을 구할 수도 있으니 일단 가입하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