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 템스 강변의 불꽃놀이는 예나 지금이나 유명하다. 화약을 이용한 근대적 불꽃놀이는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시작돼 영국에서 꽃피었다. 자본주의의 발전으로 인한 경제적 여유가 멋진 문화를 갈망하는 욕구에 불을 댕긴 것이다.
야외 음악의 명곡으로 꼽히는 헨델의 ‘수상 음악(Water Music)’과 ‘왕궁의 불꽃놀이 음악(Music for the Royal Fireworks)’은 이 템스 강변에서 탄생했다. ‘물’과 ‘불’을 그린 두 곡은 왕실의 눈치를 살펴야 했던 ‘직업인’으로서 헨델의 면모를 보여 준다.
독일에서 태어나 이탈리아에서 오페라를 공부하고 프랑스인에게 국제 사교술을 배운 뒤 영국에 정착한 헨델은 진정한 ‘코스모폴리탄’이었다. 그는 독일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영어를 마구잡이로 섞어 쓰며 우스갯소리도 잘했다.
1717년 작곡한 ‘수상 음악’은 그의 생존용 음악이었다. 독일 하노버 왕조 선제후의 악장이었던 헨델은 영국에 눌러앉아 선제후의 미움을 샀다. 그런데 영국의 앤 여왕이 죽자 그 선제후가 영국 왕위를 계승해 조지 1세가 됐다. 헨델은 국왕이 템스 강에서 뱃놀이를 할 때 ‘수상 음악’을 연주하는 이벤트를 벌여 왕의 노여움을 풀 수 있었다.
그로부터 32년. 헨델은 조지 2세에게서 ‘불의 음악’을 작곡해 달라는 의뢰를 받는다. 8년이나 이어진 오스트리아 왕위 계승 전쟁이 끝난 것을 축하하기 위한 왕궁 행사였다. 헨델은 트럼펫 9개, 호른 9개, 오보에 24개, 파곳 12개, 팀파니 3쌍, 작은북 2개 등 대합주 편성으로 곡을 만들었다. 복스홀 정원에서 열린 리허설에서는 1만2000여 명이 모여 런던 다리에서 세 시간 동안 체증이 빚어지기도 했다.
화창한 봄 날씨가 펼쳐진 1749년 4월 27일. 런던 그린파크에는 400피트가 넘는 길이의 천막이 설치됐다. 그런데 밤하늘에 아름답고 거대한 성당 모양을 그려 내야 할 불꽃이 하필 천막으로 튀었다. 화재로 불꽃놀이는 엉망이 됐지만, 헨델의 음악은 사람들의 가슴에 더욱 아름다운 불꽃을 남겨 주었다.
2002년 영국 버킹엄 궁전에서 열린 엘리자베스 여왕 즉위 50주년 콘서트에서도 ‘왕궁의 불꽃놀이’가 연주됐다. 이렇다 할 작곡가를 배출하지 못한 영국은 헨델을 영국인으로 존중해 왔다. 1759년 그는 독일인 ‘게오르크 프리드리히 헨델’이 아닌 ‘조지 프레더릭 헨델’이란 이름으로 영국 웨스트민스터 사원에 묻혔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