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동차업체의 화려한 변신과 한계. 다임러크라이슬러가 새롭게 내놓은 중형세단 ‘뉴 세브링’은 이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모델이다. 디자인은 철갑을 두른 듯 다소 부담스러운 면도 있지만 보닛 위에 들어간 주름과 측면의 칼날 같은 라인은 강인한 인상을 주기도 한다. 실내는 과거 미국차와 완전히 달라졌다. 동양인의 체형에도 맞는 시트와 아기자기한 인테리어 디자인은 국산차나 일본차를 보는 듯하다. 과거의 투박한 느낌이 사라졌다.
그러나 미국 자동차업체의 어려운 경영 상황이 그대로 반영돼 인테리어 부품들의 질감은 떨어진다. 원가 절감을 위해 내장재에 고급 소재를 거의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원가 절감 흔적을 교묘하게 숨기는 한국과 일본 업체에 비해 순진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주행 성능은 적당한 편이다. 4기통 2400cc급 엔진은 173마력을 낸다. 이 엔진은 현대자동차에서 개발한 세타엔진으로 다임러크라이슬러에서 라이선스 생산된다.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8.6초, 최고 속도는 시속 187km까지 나왔다. 출력에 비해 가속 시간은 짧은 편이지만 연료소비효율 위주의 자동변속기 세팅 때문에 최고 속도는 상대적으로 낮았다. 연비는 서울시내 주행은 L당 7km대, 고속도로는 14∼15km로 측정됐다. 2400cc급 중형세단치고는 괜찮은 편이다. 엔진음은 약간 큰 편이지만 고속으로 달릴 때 들리는 바람 소리는 작다. 승차감은 과거 미국차에 비해서는 단단해졌고 핸들링과 코너링 능력도 높아졌다.
차체가 높아서 커브길을 돌아 나갈 때 불안할 것 같지만 타이어가 미끄러질 때까지 버텨 내는 실제 능력은 웬만한 중형세단보다 낫다. 그러나 타이어에서 올라오는 ‘텅텅’거리는 느낌은 거슬렸다. 가격대에 비해 편의장치는 풍부하다. 냉온기능이 있는 컵홀더와 햇빛을 차단하는 유리, 대형 선루프가 인상적이다. 특히 보스턴 어쿠스틱사의 오디오 시스템은 풍부한 저음과 깨끗한 고음이 수준급이었다. CD, DVD, MP3플레이어 기능도 동시에 갖추고 있다.
뉴 세브링은 전반적으로 편안하고 실용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투박한 승차감과 인테리어 마감재의 재질만 개선된다면 차의 가치는 훨씬 높아질 듯하다. 가격은 3290만 원.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