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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이 싹트는 교실]사이클-수영-골프-배드민턴 수업 서울 창덕여고

입력 | 2007-04-27 03:07:00

창덕여고는 ‘체력=학력’이란 신념으로 학생들의 흥미에 맞는 체육활동을 특성화한 학교로 유명하다. 1학년 학생들이 자전거를 타고 꽃이 핀 교정을 달리고 있다. 김미옥 기자


서울 송파구 방이동 창덕여고의 운동장 앞에는 논밭이 펼쳐져 있다. 운동장 주변에는 각종 나무와 비닐하우스가 있다. 아파트와 빌딩으로 둘러싸인 서울 시내 대다수 고교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이 학교 운동장에선 회색 체육복을 입은 학생들이 수십 명씩 떼를 지어 자전거를 타고 쌩쌩 달리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창덕여고 학생들은 1학년 1학기에는 자전거와 스포츠댄스, 2학기에는 수영을 배운다. 2학년 1학기에는 배드민턴, 2학기에는 골프를 즐긴다. 3학년 1학기에는 골프, 2학기에는 배드민턴을 한다. 1학년과 3학년은 주당 두 시간씩, 2학년은 주당 한 시간씩 체육 수업을 받는다. 입시를 앞두고 의자에 앉아 있는 시간이 많을 때 체육 시간만이라도 뛰어놀 수 있도록 3학년 체육 시간이 2학년보다 많다. 일부 학교가 3학년 때 체육 수업을 기피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학교가 2004년부터 이들 5개 종목을 집중적으로 가르치면서 체육을 싫어하던 학생들도 생활체육 위주의 수업을 즐기게 됐다. 그 결과 창덕여고는 지난해 ‘체육 교육과정 운영 우수 학교’로 서울시교육감의 표창을 받았다.

창덕여고는 학교 뒤뜰에 1500만여 원을 들여 8타석을 갖춘 골프연습장을 만들었다. 학생들은 한 차례 수업 때마다 공을 100∼150개가량 친다.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에는 친구들과 어울려 단체 줄넘기를 한다.

교내 수영장에서 6∼9월 집중적으로 수영을 가르친 덕분에 대부분의 학생이 25m 코스를 자유형으로 거뜬히 건널 수 있다.

체육 교사 4명의 노력이 이 같은 체육 수업을 가능케 했다. 골프채를 잡아 본 적이 없던 교사는 퇴근 후 시간을 내서 ‘골프 사교육’을 받고 학생들을 가르쳤다. 이들은 골프 수영 배드민턴 실력이 수준급이다.

김수철 체육 교사는 “생활체육 위주로 수업을 바꾸니 학생들의 반응이 좋다”며 “예전보다 신경 써야 할 일이 많아졌지만 학생들이 좋아하니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체력은 학력일까. 창덕여고는 진학 실적도 좋다. 올해 서울대 13명, 연세대 21명, 고려대 20명 등 졸업생 503명 가운데 260명이 서울 소재 4년제 대학에 합격했다. 3월 전국연합학력평가에서는 1학년 550명 가운데 전국 4% 이내인 1등급 수준의 학생이 91명이나 됐다.

이 학교의 바람직한 학생상은 ‘실력 있는 학생, 예절 바른 학생, 건강한 학생’이다. 교훈은 ‘아름답고, 슬기롭고, 부지런하자’다. 1학년생들은 교내 창덕기념관에서 이틀 동안 생활하며 절하는 법, 차를 끓이고 마시는 법 등 기초 예절을 배운다.

엄주용 교장은 “학생들을 세계적인 여성 지도자로 키우고 싶다”면서 “학력은 물론 튼튼한 체력과 인성을 쌓을 수 있게 교육 과정을 짜고 있다”고 말했다.

학교의 전인 교육 노력에 대해 학부모들도 만족해하고 있다.

학부모 신단여(59·여) 씨는 “공부는 물론이고 운동과 예절까지 가르치기 때문에 아이들이 사회생활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생활체육은 아이들의 공부 스트레스를 풀어 주는 활력소”라고 말했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