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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화제! 이사람]마라토너 이봉주- 총사령관 이관우

입력 | 2007-04-28 03:02:00

친형제 이상으로 가깝게 지내고 있는 ‘국민 마라토너’ 이봉주(오른쪽)와 축구스타 이관우. 화성=양종구 기자


“형, 정말 대단해. 진심으로 축하해. ^.^”

지난달 18일 열린 2007서울국제마라톤 겸 제78회 동아마라톤대회에서 이봉주(37·삼성전자)가 30m나 뒤지다가 막판 대역전극을 펼치며 2시간 8분 04초로 우승하자 이관우(29·수원 삼성)는 문자 메시지를 날렸다. 은퇴를 해도 벌써 했어야 할 형이 보란 듯이 1위로 골인한 게 무척 기뻤다.

이관우에게 이봉주는 정신적 지주, 이봉주에게 이관우는 자신의 또 다른 꿈을 실현하고 있는 친동생 같은 후배다. 둘을 연결해 주는 고리는 열정과 노력이다.

이봉주는 학창시절 못 다한 축구의 꿈을 이관우를 통해 찾고 있다. 이봉주는 중학교 때까지 뛰어난 축구 실력을 자랑했다. 지금도 삼성전자육상단에선 ‘호나우두’로 통한다. 그라운드에만 서면 평소의 천진난만함은 사라지고 독사로 변해 90분 풀타임을 종횡무진 누비는 이관우의 열의에 반했다.

○ 2004년 올림픽 때 만나 친형제처럼 지내

서른을 훌쩍 넘기고도 세계무대를 휘어잡는 이봉주는 이관우에게는 ‘프로 선수의 본보기’였다. 둘 다 서로의 모습을 TV로만 보며 ‘정말 대단한 선수’라고 생각하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이 열리기 직전 처음 만난 뒤 친형제같이 지내고 있다. 당시 이봉주가 충남 유성으로 전지훈련을 내려갔을 때 대전 시티즌에서 뛰던 이관우를 지인을 통해 소개받았고 첫눈에 서로에게 ‘반한’ 것이다.

이봉주와 이관우가 26일 경기 화성시 삼성전자육상단 훈련소에서 오랜만에 만났다. 이관우가 지난해 수원으로 이적해 이봉주의 집 근처인 화성으로 이사 왔지만 그동안 서로 만날 기회는 많지 않았다. 훈련 스케줄과 경기 일정이 빡빡했기 때문. 이날은 이관우가 25일 대전 시티즌과의 경기를 마치고 오전에 간단히 회복 훈련만 해 시간 여유가 있었고 이봉주도 27일 중국 쿤밍 고지훈련을 떠나기 직전이라 짬을 낼 수 있었다.

“형, 잘 쉬었어요?” “그래, 요즘 힘들지?”

서울국제마라톤을 마치고 회복기를 갖고 있는 이봉주와 최근 팀이 5경기 연속 무승 중이라 애가 타는 이관우. 자주 만나지는 못하지만 서로가 어떤 상황인지를 잘 알고 있다는 게 인사말 속에서 드러났다. 이관우는 “형, 저녁 사 준다고 한 지가 언제야”라며 농담을 건넸고 이봉주는 “야! 난 요즘 시간 많았는데…. 네가 바빴잖아”라며 이관우를 껴안고 활짝 웃었다.

○ 빡빡한 훈련일정 중 만나 위로-격려

이관우는 불혹을 눈앞에 두고도 철저한 몸 관리를 통해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는 이봉주가 참 부럽다. “봉주 형같이 저도 오래 뛰어야 하는데…. 축구는 선수 생명이 짧지만 봉주 형같이 딴 짓 안하고 열심히 몸 관리하면 조금 더 오래 뛸 수 있을 것 같아요”라는 게 이관우의 말. 이봉주는 “그럼, 너도 오래 뛸 수 있어. 정신력이 중요해. 자신에게 철저하고 계획에 따라 몸 관리 잘하면 충분히 오래 뛸 수 있어”라고 말했다.

이봉주는 틈만 나면 수원 경기를 보러 간다. 1일 성남 일화와의 원정 경기에는 가족이 다가서 응원했는데 수원은 1-3으로 졌다.

“형이 온 것을 알고 꼭 이기려고 했는데….”(이관우)

“알아. 네가 가장 열심히 뛰더라. 운이 없었어. 다음에 잘하면 되지. 인생은 길∼어.”(이봉주).

화성=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