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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성장엔진에 美도움 필수” 적과의 동침

입력 | 2007-04-28 03:02:00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2000년 대통령 선거 유세 당시 “중국과는 전략적 경쟁 관계”라고 말해 전임 빌 클린턴 정부에 비해 중국과의 관계가 냉각될 조짐을 보였다. 중국 급부상에 따른 양국 간 패권 경쟁이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양국 간에는 동북아에서의 주도권 다툼이나 무역 불균형 등으로 갈등을 빚을 요인이 적지 않다. 하지만 최근 양국은 1979년 수교 이후 어느 때보다 협력 관계가 긴밀해지고 있다. 대(對)테러전쟁을 치르며 ‘이라크의 덫’에 빠지면서 미국이 북핵 문제 등에서 중국의 협조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갖게 돼 중국을 경쟁 상대에서 협력 상대로 바꿔 보고 있는 것이 큰 이유다. 중국도 미국과의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하지 않으면 중국 경제의 성장엔진이 지속되기 힘들다는 나름의 계산을 하고 있다.

▽북핵 대응에는 한목소리=양국은 6자회담을 진행하면서 북한 핵시설 폐쇄 및 북한 핵 불능화에 대해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북한의 핵실험 이후 미국이 주도한 유엔 제재 결의안에 중국이 미국과 보조를 맞춘 것은 중국과 북한 간 동맹 관계를 고려하면 매우 이례적이다.

하지만 미중의 이 같은 협조 관계는 북한이 2·13 베이징(北京) 합의를 성실히 지키지 않는 등의 돌발 사태가 발생해 대북 제재를 해야 할 상황이 오면 시험대에 오를 수도 있다.

▽경제는 동반자로=지난해 12월 열린 양국 간 ‘경제 전략대화’는 회의 형식만으로도 양국 관계의 전환점이 될 만큼 상징성이 있었다. 베이징에서 이틀간 개최된 회의에는 양국의 장관급 이상 인사가 7, 8명씩 참여해 양국 간 경제 현안을 폭넓게 논의했다. 앞으로도 매년 두 차례 ‘대화’를 계속하기로 했다.

하지만 표면상의 화해 분위기 이면에는 위안화 환율 조정 및 무역 불균형 문제 등 갈등 요소도 잠복해 있다. 미국 자료에 따르면 2001년 831억 달러이던 미국의 대중(對中) 무역적자는 2005년 2015억 달러로 2배 이상 늘었다. 미국은 이 같은 무역불균형이 위안화 저평가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중국은 “대미 수출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맞선다.

▽군사, ‘적과의 동침’=미국이 지난해 펴낸 연례 ‘중국 군사력 보고서’는 중국 인민해방군의 급성장을 거론하며 ‘세계 유일의 슈퍼파워 미국에 맞설 잠재적 라이벌’로 규정했다.

매년 공식 군사비가 10%씩 늘고 현역 군인만 230만 명이며 광범위하게 진행되는 군의 현대화 작업과 드러나지 않는 군 예산 등을 들어 중국을 여전히 잠재적 적대국으로 규정했다.

반면 양국은 지난해 11월 19일 사상 처음으로 연합 해상훈련을 했다. 중국 광둥(廣東) 성 남쪽 남중국해 해상에서 약 5시간에 걸쳐 합동 구조훈련이 펼쳐졌다. 양국이 2개월여 전인 9월 미국 샌디에이고 항 부근에서 실시한 1단계 합동훈련에 이은 것이다.

▽커 가는 잠재적 갈등 요소 ‘우주 및 심해저 경쟁’=중국이 올해 4월 11일 쓰촨(四川) 성 시창(西昌)에서 KT-2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해 860km 상공에 떠 있는 자국의 낡은 기상위성을 파괴하는 실험에 성공한 것은 양국간 ‘우주 패권 다툼’의 예고편이다. 미국도 한 달여 전인 3월 8일에 우주에 떠 있는 위성의 기능을 마비시키거나 궤도를 바꿀 수 있는 위성을 발사하는 실험을 했다.

중국은 또 올해 2월 세계 최초로 수심 7000m까지 탐사할 수 있는 유인 심해잠수정 개발에 성공해 하반기에 시험탐사를 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세계의 유인 심해잠수정은 총 5척으로 미국과 일본 프랑스가 각각 1척씩, 러시아가 2척을 보유 하고 있다. 앞으로 미중을 축으로 심해저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