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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갈피 속의 오늘]1931년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 완공

입력 | 2007-04-30 03:01:00


CTBUH(Council on Tall Buildings & Urban Habitat).

초고층빌딩의 계획 디자인 구조 시공 설비 환경 등 모든 분야를 연구하는 국제민간단체다. 한국 건축학계에서는 ‘초고층도시주거협의회’라고 번역한다.

CTBUH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세계에서 가장 키 큰 빌딩의 순위가 나와 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63시티’(옛 63빌딩)의 등수가 궁금했다. 놀랍게도 높이 228m인 63시티는 100위 안에도 들지 못했다. 한반도 최고(最高)의 건물은 북한 평양의 유경호텔(105층·330m)로 20위.

한국 건물로는 강남구 도곡동의 타워팰리스(73층·264m)가 76위, 양천구 목동의 하이페리온 타워A(69층·256m)가 98위였다. 두 건물 모두 2000년대에 지어진 것이다.

이 순위표 9위에 당당히 올라 있는 미국 뉴욕의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102층·381m)은 지금부터 76년 전인 1931년 4월 30일 완공됐다. 그날 밤 이 빌딩의 6400개 창은 처음 밝게 켜졌다. 뉴욕, 아니 미국의 상징건물(랜드마크)로서의 밝은 앞날을 예고라도 하는 듯….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은 1955년 미국토목학회로부터 ‘미국 토목사의 7대 걸작’으로 선정됐다. 준공 50주년이 되던 1981년에는 뉴욕시의 공식 랜드마크로 지정됐다. 지금도 늘 미국 관광의 10대 명소 중 하나다.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 같은 초고층빌딩은 마천루(摩天樓·skyscraper)라고 부른다. ‘하늘에 닿는 집’이란 그 뜻은 성경 창세기에 나오는 ‘바벨탑 이야기’를 떠오르게 한다.

하늘을 향해 탑을 쌓는 인간을 보며 ‘하늘’은 이렇게 경고한다.

“이것(바벨탑)은 사람들이 하려는 일의 시작에 지나지 않겠지. 앞으로 하려고만 하면 못할 일이 없겠구나. 당장 사람들이 쓰는 말을 뒤섞어 놓아 서로 알아듣지 못하게 해야겠다.”

말은 뒤섞였지만 수많은 세월이 지난 지금도 국가 간 초고층건물 경쟁은 계속되고 있다. CTBUH 순위 상위권에는 대만 말레이시아 중국 같은 신흥 국가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국내에서도 ‘한국의 자신감과 첨단건축공법을 국내외에 과시할 수 있는 랜드마크를 짓자’는 여론이 적지 않다. 그러나 이런저런 규제와 반대에 부닥쳐 탄력을 받지 못해 왔다.

같은 말을 써도 서로 알아듣지 못해서 그러는 걸까.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