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30일 형사소송법 개정안과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가결함에 따라 형사 소송 절차에 큰 변화가 일게 됐다.
◇재정신청 전면 확대 = 무엇보다 통제되지 않은 권력으로 비판받던 검찰의 불기소 처분 권한이 재정신청 전면 확대로 크게 축소될 전망이다.
개정 형사소송법은 재정신청 사건 범위를 현행 공무원의 직권남용, 불법 감금 및 체포, 독직 폭행 등 3개 범죄에서 고소 사건 전체로 확대하는 큰 틀을 유지하면서 절차를 간소화했다.
고소인은 항고가 기각되면 재항고 절차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재정신청을 할 수 있다.
법사위 소위에서는 재정신청이 기각됐을 때 항고할 수 있는 길을 열어뒀지만, 전체회의에서는 재정신청 남발을 막고 피고소인의 불안감을 덜기 위해 고등법원에서 단심제로 처리하도록 손질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각 고법에서 30일 이내 재정신청을 처리하도록 할 계획이어서 피고소인의 법적 지위가 장기간 불안해지는 상황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국회는 또 신청인이 피고소인의 변호사 선임료를 포함한 소송 비용을 부담하도록 해 재정신청을 남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장치를 뒀다.
재정신청은 1954년 도입 당시 검찰이 부당하게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고 생각하는 고소인 또는 고발인이 모든 불기소 사건에 대해 고등법원에 낼 수 있었다.
그러나 유신헌법 제정 후인 1973년 형사소송법이 개정되면서 제정신청 제도는 현재처럼 대폭 축소돼 원상 복귀를 놓고 논란이 돼왔다.
◇2009년 배심제 도입 = 국민이 형사 재판에 배심원으로 참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 제정안은 원안을 크게 손대지 않고 통과돼 이르면 2009년부터 배심 재판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국민참여재판제도는 사법의 민주적 정당성을 강화하고 투명성을 높여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사법제도를 마련하자는 취지에서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가 2005년 5월 의결했다.
국민참여재판은 고의로 사망을 야기한 범죄, 부패범죄, 강도ㆍ강간 경합범죄 중피고인이 희망하는 사건에 국한해 7~9명의 일반 시민이 배심원으로 재판에 참여토록하고 있다.
국회는 초기 시행 착오를 우려해 배심원 평결은 판사에게 강제력이 없는 권고적 효력만 갖도록 하는 조항을 그대로 유지했다.
조폭이 연루된 범죄나 성폭력 사건처럼 피해자가 반대하면 국민참여재판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 패키지로 부결된 조건부석방ㆍ영장항고제 = 검찰이 `유전무죄 무전유죄', `전관예우'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며 반대한 조건부 석방제도는 법원이 반대하는 영장항고제와 함께 개정 법률에서 제외됐다.
조건부 석방제는 공탁, 보증금을 내거나 주거지 제한 등의 조건을 받아들이면 구속 영장 발부 후 석방해주는 제도인데 검찰은 수사를 위한 구속영장 청구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며 반대했다.
영장항고제는 검찰이나 피의자가 영장 발부ㆍ기각 때 항고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 검찰은 법 개정 논의 과정에서 영장 항고제에 공을 들였지만 조건부 석방제와 함께 패키지로 부결됐다.
검찰은 지난해 론스타 사건을 수사하면서 대법원 판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판례를 변경할 필요가 있다'며 영장 기각 결정에 대해 항고하기도 했다.
◇영상녹화물 증거능력 인정 요건 완화 = 법사위 소위에서는 영상녹화물의 경우 `모든 전 과정'을 녹음, 녹화했을 때만 증거 능력을 인정하도록 했는데 전체회의에서는 수사에 제약이 있을 수 있다는 이유로 `모든'이라는 단서가 빠졌다.
예를 들어 피의자를 3번 소환 조사했을 때 첫 번째는 녹음 녹화를 하지 않고 2,3번째만 녹음 녹화를 했더라도 영상녹화물의 증거능력이 인정된다.
그러나 영상녹화물은 본증거로는 제출할 수 없고 탄핵 증거나 조서의 진정성을 입증하는 증거로만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기존 안이 그대로 유지됐다.
국회는 또 증인이나 피고인이 다른 사람에게서 들은 것을 법정에서 말하는 전문진술의 증거 능력도 `사망ㆍ행방불명시'에서 `사망ㆍ소재불명'으로 바꿨고, 피고인 신문은 검사, 변호사 순서대로 하도록 명확히 했다.
디지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