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는 4·25 재·보궐 선거 참패 이후의 당 쇄신안을 제시하면서 “내 모든 것을 던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 일각의 사퇴 요구를 거듭 일축했다. 그는 그제도 자신에 대해 “전당대회에서 당원 1만 명이 뽑은 사람”이라며 사퇴를 거부했다. 강 대표는 직책으로나, 그간의 실제 행적으로나 당의 위기에 주된 책임을 져야 할 인물이란 점에서 책임감이 부족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지난해 5·31지방선거 때부터 돈 공천비리가 잇따랐다. 비슷한 공천 잡음 때문에 이번 재·보선에 참패하고서야 비리연루자 공천 배제 등 자정(自淨)기능 강화 방안을 내놓은 것부터가 그간의 직무유기를 고백한 셈이다. 물론 쇄신안에 담긴 당 감찰위원회 및 네거티브캠페인 감시위원회의 설립, 국민적 대표성을 가진 지도급 인사 영입 방안은 제대로 실행된다면 당 개혁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또 말뿐이 아닐까 하는 의심을 거두기 어렵다. 다수 국민도 한나라당의 부패 체질과 기득권 집착에 대해 한심해하고 있을 것이다.
강 대표 이전에 한나라당 위기의 선행 원인 제공자는 이른바 대선주자 ‘빅2’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라고 봐야 한다. 이들 간의 불화와 반목이 숱한 문제의 출발점이라는 얘기다. 당내에서 분당(分黨)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것도 양측 간 감정의 골이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깊게 파였기 때문이다. 두 캠프 사람들은 사석에서 상대 주자에 대해 입에 담기 어려운 폄훼 발언을 서슴지 않는다.
강 대표를 비롯한 최고위원 대부분이 지난해 6·10전당대회에서 각 캠프의 지분을 갖고 경선에 참여한 것도 대선 관리의 공정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태생적 한계다. 그런 점에서 두 주자는 각자에게 줄 선 당직자들부터 자진해 철수시켜야 한다.
두 주자는 서로 당 위기의 책임을 미루며 손가락질할 처지가 아니다. 현실적으로 두 사람의 합의가 없는 당 쇄신 방안도 무의미하다. 그렇다면 우선 두 사람이 머리를 맞대고 당의 진로(進路)를 함께 걱정하면서 경선(競選)에서의 페어플레이를 다짐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당의 위기를 수습하고 국민에게 죄를 짓지 않을 길이다. 편협한 정치로는 누구도 유권자들의 마음을 살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