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문화부 기자’의 연륜을 듣는다
‘할아버지가 손수제작물(UCC)을 만든다?’에 한 번 놀라고, ‘어쩜 이렇게 다양한 음악을 아실까!’에 두 번 놀란다.
김정열(67·사진) 씨의 인터넷 음악방송을 접해 본 누리꾼들의 반응이다.
김 씨는 젊은이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는 UCC에 도전장을 내밀어 스타가 됐다. 그는 지난해 10월부터 인터넷 개인방송 사이트 아프리카에서 매일 오후 8시 생방송으로 ‘고야 음악방송’(afreeca.pdbox.co.kr/kimjungyull)을 진행하고 있다. 4시간 동안 국내 대중가요부터 록 클래식 뉴에이지 제3세계 음악까지 폭 넓은 장르의 음악이 흐르고 여기에 할아버지의 해박한 해설도 곁들인다. 알고 보니 그는 30년 경력의 베테랑 문화부 기자 출신이다.
“어려서부터 항상 음악을 즐겨 왔지만 은퇴 후에는 ‘나 홀로 음악 감상’이 외롭게 느껴지더군요. 이왕이면 여럿이 함께 음악을 듣고 싶어서 방법을 찾다가 인터넷으로 개인방송을 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이거다 싶었습니다.”
김 씨 방송의 주 시청자는 20대. 젊은 팬들은 ‘신세대 할아버지’에게 게시판으로 신청곡을 올리거나 방명록에 “염색하시니 젊어 보이세요”, “마음이 편안해지네요” 같은 메시지를 남기기도 한다. 그의 방송에 ‘애청자’로 등록한 회원만 6500명이 훌쩍 넘는다.
음악방송 이름인 ‘고야’는 김 씨가 좋아하는 스페인 화가 ‘고야’에서 따온 것이다. 방송을 시작할 때만 해도 ‘외로울 고(孤)’자에 ‘들 야(野)’자를 넣어 ‘외로운 들녘’이라는 의미도 있었다고 한다. 나이가 들고 건강이 나빠지면서 우울해졌기 때문.
하지만 6개월째 방송을 하고 있는 지금은 모든 것이 달라졌다.
“진솔하게 마음을 열고 저를 순수하게 대하는 팬들을 보면 보람을 느낍니다. 이렇게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게 젊게 사는 비결이지요.”
“PC용 헤드셋과 웹 카메라만 있으면 거실에 앉아서도 이 좋은 음악을 많은 사람과 함께 들을 수 있으니 방송을 계속하는 건 당연하지요.”
UCC 세상에서 나이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