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국민참여재판 시대 열린다]긴급체포땐 즉시 영장청구

입력 | 2007-05-01 03:01:00

배심원 참여 모의재판 1894년 갑오경장으로 근대 사법제도가 도입된 이래 처음으로 일반 국민이 재판에 참여하는 배심원 제도가 2008년부터 도입된다. 2005년 9월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국민참여 모의재판에서 시민 배심원단이 재판 진행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 내년부터 수사-재판 어떻게 바뀌나

30일 국회 본회의 통과로 53년 만에 전면 개정된 형사소송법은 기존의 수사 및 재판 과정을 근본적으로 바꿀 것으로 전망된다. 수사와 재판 과정의 모든 절차를 규정하고 있는 형사소송법은 일반 국민의 ‘법 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법률이다.

구속영장이 청구되면 모든 피의자가 영장실질심사를 받게 되는 등 인권보호 장치가 한층 강화됐고, 공판중심주의가 본격적으로 실현된다. 또한 지금까지 수사기관에서 피의자와 참고인의 진술 내용은 문서로 기록했지만, 앞으로는 영상으로 녹화돼 법정에서 방영되는 일이 흔한 풍경이 될 것으로 보인다.

▽피의자 및 피고인 인권 보호 확대=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피의자나 피고인의 인권 보호에 초점이 맞춰졌다.

우선 수사기관이 피의자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변호인의 참여가 전면 허용된다. 그동안 변호인 참여 범위를 놓고 검찰과 변호인이 종종 다툼을 벌였지만, 국회 심의과정에서 피의자 인권 보호를 위해 전면 허용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피의자를 긴급체포했을 때에는 지체 없이 구속영장을 청구하도록 해 부당한 인신구속이 생기는 일을 최소화하도록 했다.

구속영장 실질심사는 피의자나 배우자, 직계 가족 등의 신청이 있을 때에만 실시했지만 앞으로는 신청이 없어도 모든 구속영장 청구 사건에서 실질심사가 진행된다. 영장을 청구한 다음 날까지는 심사가 이뤄지며 심문 내용은 재판에서 증거로 활용될 수 있다.

또한 보석 보증금을 내지 않더라도 피고인의 서약서, 보증금 납입 약정서, 출석보증서 제출 등 다양한 조건으로 보석 신청을 할 수 있게 돼 재산이 없는 사회적 약자도 보석제도를 활용해 불구속 재판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영상녹화제 전면 실시=앞으로는 수사기관이 피의자나 참고인을 조사할 때 주요 내용은 모두 영상녹화를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영상녹화 절차와 재판에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근거가 마련됐기 때문.

영상녹화를 하기 위해서는 피의자에게는 미리 녹화를 한다는 사실을 알리기만 하면 되고, 참고인에게는 사전에 동의를 받아야 한다. 재판 과정에서 영상녹화 내용이 그 자체로 증거로 인정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수사기관이 작성한 조서가 객관적으로 신빙성이 있는지를 뒷받침할 수 있는 자료로 활용이 가능하다.

현행 제도는 피고인이나 증인이 수사기관에서 작성된 조서 내용을 법정에서 부인하면 조서는 증거능력이 없는 ‘휴지 조각’이 된다. 하지만 앞으로는 검사가 영상녹화 내용을 근거로 피의자를 추궁할 수 있게 되고, 법관의 판단에 따라 피의자나 증인이 조서 내용을 부인해도 증거로 채택될 수 있다.

또한 피의자나 참고인을 조사한 경찰관이 법정에 증인으로 나와 자신이 조사한 내용이 진실임을 주장할 수 있고, 이는 공판조서에 기재돼 증거능력으로 인정된다.

▽공판중심주의 활성화=개정안은 법정에서 당사자들이 충분히 주장을 펼 수 있도록 하되 신속하게 재판이 진행되도록 했다.

‘증거개시(開示)’ 제도는 국가안보 등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재판이 진행되기 전 검사와 피고인이 서로 증거를 열람 또는 복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상대가 갖고 있는 ‘카드’를 미리 알게 되므로 법정에서 더욱 활발하게 공방을 펼 수 있다.

재판에 출석하지 않는 증인에 대한 제재가 강화됐고, 법정에서 피고인은 변호인 옆에 앉아 검사와 대등한 위치에서 재판을 받게 된다.

재판을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검사와 피고인·변호인이 자신의 주장 및 입증 계획을 판사에게 미리 제출하도록 하는 ‘공판 준비 절차’도 도입됐다.

▽재정신청 확대=검사의 불기소 처분에 불복해 법원에 직접 기소 여부를 가려 달라는 절차인 재정신청 대상이 모든 고소사건으로 확대된다. 지금까지는 직권 남용, 불법 감금 및 체포, 독직 폭행 등 세 가지 사건만 가능했다.

재정신청 절차는 간소화됐다. 지금까지는 고등검찰청에 항고하고, 대검찰청에 재항고한 뒤에야 고등법원에 재정신청을 할 수 있었으나 재항고 절차를 없애 고검에서 항고가 기각되면 바로 재정신청을 낼 수 있다.

다만, 재정신청을 남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 신청이 기각되면 신청자가 피의자의 변호인 비용 등을 지급하도록 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