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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충남]이응노의 예술혼 대전서 부활하다

입력 | 2007-05-01 07:52:00


이국땅에서 분단의 아픔을 작품으로 승화한 고암 이응노(1904∼1989) 화백의 삶과 예술 세계가 대전에서 꽃을 피운다.

이응노미술관이 3일 대전 서구 만년동 대전시립미술관 옆에 따로 문을 연다.

이곳에는 그가 프랑스 파리에서 예술 활동을 시작한 1950년대부터 전 생애에 걸쳐 그린 작품 200여 점이 보관돼 있다. 이는 모두 부인 박인경(83) 씨에게서 기증받은 것.

개관과 동시에 8월 26일까지 열리는 첫 전시회 ‘고암, 예술의 숲을 거닐다. 파리에서 대전으로’전에는 세계적으로 알려진 ‘군상’ 등 문자 추상과 ‘인간’ 시리즈 등 회화와 조각, 세라믹 작품 53점이 선보인다.

고암의 작품 수는 정확하게 알려지진 않았으나 다작으로 유명한 피카소와 비슷한 2만여 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그의 작품은 대부분 생전에 작품 활동을 했던 파리 근교의 개인 박물관에 보관돼 있다.

대전에 기증된 작품은 1950∼1980년대 작품으로 평면화(동양화) 150여 점과 입체화(세라믹, 콜라주, 나뭇조각) 50여 점 등이다.

▽이응노는 누구인가=고암은 충남 예산에서 출생해 인근의 홍성에서 학교를 다니며 미술 공부를 했다. 1924년 조선미술전람회에서 첫 입선을 한 뒤 1938년 일본에 유학했고, 1948년 홍익대 동양화과 주임교수를 거쳐 1958년 프랑스로 건너가 파리에 정착했다.

그는 1967년 ‘동베를린 간첩단’ 사건에 연루돼 2년 6개월간 대전교도소에서 복역했다. 그는 옥중 생활 중에도 밥과 간장, 휴지 등으로 작품 활동을 계속했다고 한다.

대전에 미술관이 건립된 것도 부인 박 씨가 옥바라지를 한 것이 인연이 됐다.

세속의 평탄한 길을 버리고 예술가로서 자존을 찾아나갔던 그의 여정은 한국 미술계에서 한때 이단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정치적 역경과 고초가 그의 작품 세계를 더욱 풍부하고 깊게 만들었다는 평가.

1989년 꿈에 그리던 고국에서의 초대전을 앞두고 파리에서 급서해 쇼팽 등 예술의 대가들이 묻힌 파리시립 페르라셰즈 묘지에 안장됐다.

▽미술관은?=2005년 9월 공사를 시작해 1년 7개월 만에 완공된 미술관은 지하 1층, 지상 2층, 연건축면적 1650m² 규모로 모두 57억 원이 투입됐다.

특히 이 미술관은 프랑스 건축가 로랑 보두앵이 고암의 예술세계를 염두에 두고 설계해 ‘미술관 자체가 하나의 예술’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