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뷰 / 링킨파크 3집 ‘미니츠 투 미드나이트’
“왜 이렇게 늦었느냐”고 따지기보다 “그럴 수 있겠다”는 식의 ‘동조’가 적절하겠다. 4년 만에 3집 ‘미니츠 투 미드나이트’를 발표한 6인조 밴드 ‘링킨 파크(Linkin Park·사진)’에게 4년은 치열한 고민의 시간이었을 것이다. 스타일의 고수냐, 변화냐 둘 중 하나를 골라야 하는 갈림길이었을 테니.
2000년 데뷔한 이들은 두 장의 정규 앨범을 1000만 장 이상 팔아치우며 ‘RATM’ ‘콘’ ‘림프 비즈킷’ 등 선배들에 이어 ‘뉴 메탈’의 정점을 찍었다. 그러나 그것도 딱 2003년까지다. 이후 이들이 쉬는 동안 미국 록계에서 ‘마이 케미컬 로맨스’ ‘폴 아웃 보이’ 등 ‘이모 코어(emo-core·감성적 멜로디를 내세운 록)’ 밴드들이 인기를 얻었다. 분명 ‘하드코어’의 시대는 갔으나 2000년대 대표 록 밴드로 일컬어지는 이들의 3집은 올해의 기대작으로 손꼽히기에 충분하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들의 선택은 ‘변화’였다. 15일 나올 3집에는 기존 ‘링킨 파크’ 식의 재기 발랄과 속도감, 리듬감이 줄어든 대신 팝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변화는 앨범 발매 전 공개된 첫 싱글 ‘왓 아이브 던(What I've done)’에서부터 감지됐다. 2000년 데뷔 곡 ‘페이퍼 컷’에 담겨 있던 디제잉 사운드나 ‘인 디 엔드’ ‘섬 웨어 아이 빌롱’의 트로트를 연상케하는 멜로디 라인, ‘페인트’의 긴장감 등 이들이 외쳤던 록과 힙합의 하이브리드는 온데간데없다. ‘첫 싱글치고 너무 힘을 뺀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은 ‘이게 첫 싱글 맞아?’라는 의문으로 증폭될 정도였다. 발매 첫 주 빌보드 싱글 차트 7위로 데뷔했다가 곧장 하락한 것도 이유가 있음 직했다.
전체적으로 록에 근접하려 했던 이들의 의도는 육중한 느낌의 ‘기븐 업’이나 흥겨운 ‘블리드 잇 아웃’에서 드러난다. 그러나 록발라드풍의 ‘리브 아웃 올 더 레스트’나 ‘섀도 오브 더 데이’는 메인 보컬인 체스터 베닝턴의 거친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백인 팝 그룹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곡처럼 가볍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일렉트로닉풍의 ‘인 피시스’는 새로운 모습을 선보이려는 듯했지만 듣기에 난감하다.
마지막인 12번 트랙이 끝나도 쉽사리 CD를 꺼내지 못하겠다. 왠지 ‘링킨 파크’만의 시원한 끝내기 한판, 톡 쏘는 비장미가 ‘히든 트랙’에 남아 있을 것 같다. 변화도 좋지만 개성을 지워버린 것은 아닐지. 부디 기대작이 ‘졸작’이 되지 않길 바랄 뿐이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