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제공 드림항공
“하늘나라에 있는 엄마와 조금이라도 가깝게 있고 싶어 비행기를 탔는데, 이제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여자 조종사가 되고 싶어요.”
여중 2학년생이 국내 최연소 경비행기 조종사 자격증을 땄다.
충북 제천여중 2학년인 전유나(14·사진) 양은 지난달 20일 제천시 육군비행장에서 열린 2007 초경량비행장치 실기시험에 응시해 1일 당당히 합격증을 받았다. 지금까지 최연소 기록은 15세 남자 중학생이 갖고 있다.
전 양은 초등학교 5학년 겨울방학 때 조종간을 처음 잡은 지 3년 만에 국가공인 조종사의 꿈을 이뤘다.
또래 아이들과 한창 뛰어 놀며 부모의 귀여움을 받을 나이에 비행에 입문한 데에는 아픈 사연이 있다.
2004년 7월, 불의의 교통사고로 전 양은 엄마의 품을 잃었다. 외동딸로 엄마의 사랑을 한껏 받고 살던 전 양은 이후 내성적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자기 방에 틀어박혀 인터넷에 중독됐고, 성적도 떨어지기 시작했다.
중장비 임대업을 하는 아버지 전찬묵(39) 씨는 딸을 세상으로 끌어 낼 돌파구를 찾다가 경비행기 조종을 선택했다.
어릴 적 꿈이 조종사였던 전 씨는 이듬해 딸과 함께 집 인근에 있는 건설교통부 지정 전문비행교육기관인 ‘드림항공’의 윤종준(41) 교관을 찾았다.
비행기에 앉아 본 첫날부터 전 양은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하늘에서 본 세상과 땅에서 본 세상이 이렇게 다를 수 있는 줄 몰랐다”는 전 양은 이때부터 비행사의 꿈을 키우며 구슬땀을 흘렸다.
수업이 없는 주말과 방학은 하루 종일 비행기와 함께했다. 이론에서부터 실기까지 윤 교관이 가르치는 내용을 머릿속에 빠짐없이 기억해 뒀다.
단독 비행 5시간, 이착륙 연습 20시간 등 조종사시험에 필요한 기본 비행 조건도 무난히 마쳤고 지난달 실시된 마지막 관문도 통과했다.
윤 교관은 “전 양이 처음 비행기를 탔는데도 전혀 무서워하지 않았고 오래된 친구를 만난 것처럼 좋아했다”며 “비행 실력도 웬만한 어른보다 뛰어나다”고 말했다.
전 양은 “다음 도전 목표는 헬리콥터 조종사”라며 “기회가 된다면 친구들도 내가 조종하는 비행기에 태워 주고 싶다”고 말했다.
제천=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