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전 서울 중구 충무아트홀에서 열린 ‘뮤지컬 실버파워’ 오디션 현장. 21명의 노인이 참가해 노래 춤 연기 등 숨은 실력을 뽐냈다. 연합뉴스
“쉿! 조용히 해! 입 닥치지 못해? 공양미는 무슨 공양미. 세상에 누가 봉사 눈을 뜨게 한대?”
2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충무아트홀에서 열린 ‘뮤지컬 실버파워’의 오디션.
21명의 노인이 둥그렇게 둘러앉아 현인옥(60) 씨의 뺑덕어멈 연기에 집중했다.
“정말 잘한다.” “난 저렇게 못할 텐데….” 머리끝까지 화가 난 듯한 현 씨의 실감나는 연기에 장미홀 곳곳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진지한 연기에 압도당한 무대는 상대역으로 호흡을 맞춘 심사위원 김소정(연극배우) 씨의 “연기가 훌륭해 오히려 제가 당황했다”는 칭찬으로 마무리됐다.
이날 오디션에는 모두 21명이 참가했다. ‘뮤지컬 실버파워’는 충무아트홀과 어린이문화예술학교가 60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마련한 뮤지컬 교실.
참가자들은 6주간 매주 두 번 즉흥극, 자서전 만들기, 인형극 등의 교육을 받은 뒤 충무아트홀에서 직접 만든 뮤지컬을 공연하게 된다.
참가자들은 짧은 시간 연습한 연기와 그동안 갈고닦은 춤과 노래 실력을 뽐냈다. 참가자 가운데는 오랜 시간 피아노 클라리넷 하모니카 사교댄스 등을 배운 실력파도 많았다.
오디션 참가자 중 최고령은 79세. 뮤지컬은 공동작업이라 수업에 절대 빠지면 안 된다는 심사위원의 말에 모두 100% 출석을 자신했다.
서울 마포구, 강남구, 경기 용인시 등 아트홀이 있는 중구가 아닌 먼 곳에서 ‘원정’ 교육을 받으러 오는 이도 다수였다.
시간 문제로 중도 포기한 5명을 제외한 16명의 참가자 가운데 남성 참가자는 2명이었다. 저음으로 팝송 ‘가을의 낙엽(Autumn Leaves)’을 멋들어지게 불러 여성 참가자들의 환호를 받은 이윤영(75) 씨는 “성비가 너무 불균형이다. 친구들을 좀 데리고 와야겠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이 설 기자 s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