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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딩-게임업체 일해도 군대 안 간다니…”

입력 | 2007-05-03 03:02:00


병역특례업체의 비리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특례업체 중에 웨딩업체, 엔터테인먼트 회사, 게임업체 등이 포함돼 있다는 뉴스를 접하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이들이 많다.

여기에다 유명 댄스가수나 실업축구 선수들이 특례업체 비리로 검찰에 소환되면서 이들이 병역특례업체와 무슨 관계가 있느냐고 언론사에 전화를 걸어오는 독자들도 있다. 이런 의문은 ‘병역특례업체=방위산업체’라는 옛날의 도식이 무너졌기 때문에 생긴 것.

병역특례업체의 종류는 1997년 벤처 육성 정책을 정부가 내놓으면서 크게 변했다. 병무청은 정보통신기기 등 눈에 보이는 정보기술(IT) 제품이 아닌 소프트웨어와 프로그래밍 등의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들에도 병역특례업체 자격을 허용했다.

병무청은 1997년부터 상시 종업원이 5명 이상이며 정보처리 관련 매출이 전체 매출의 30% 이상이면 병역특례업체로 선정될 수 있다는 기준을 만들었다.

2000년부터는 상시 종업원 수가 30명 이상으로 강화됐다. 하지만 정보처리 관련 매출이 30% 이상이면 된다는 기준은 유지되고 있다.

또 병무청은 1999년부터 게임 개발 업체들에도 기존의 IT 기업과 같은 기준을 적용해 병역특례업체로 선정될 기회를 줬다.

최근 검찰에 압수수색을 당한 유명 연예인이 운영하는 웨딩업체의 경우도 다른 웨딩업체들처럼 단순히 결혼 컨설팅만 제공했다면 병역특례업체로 선정될 수 없었다.

그러나 이 회사는 2001년 전자 유통 관련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웨딩 유통 사업을 운영해 왔다. 이를 통해 회사 전체 매출의 30% 이상을 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IT 병역특례업체 평가를 담당하는 IT벤처기업연합회의 허영우 팀장은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직접 판매하든, 이것을 이용하든 전체 매출의 30% 이상을 올리면 IT 병역특례업체가 될 기본 조건을 갖추게 된다”고 말했다.

IT 기업에서 전문적인 기술 지식이 없는 가수나 축구선수 등이 병역특례자로 근무했다는 것도 의문점.

그러나 병역특례자가 꼭 ‘전문 기술 인력’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주로 연구소에서 근무하게 되는 전문연구요원의 경우 관련 분야 석사 학위 이상의 소지자여야 한다. 하지만 산업기능요원의 경우엔 정보처리기사 자격증이 있고 근무할 업체만 있으면 된다. 특히 병무청이 내년부터 폐지하기로 한 보충역(신체검사 4급) 대상 산업기능요원은 자격증이 없어도 일할 업체만 있으면 됐다.

벤처경영연구소장인 한정화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제 국내 IT 벤처산업도 단순한 육성기를 지나 옥석이 구별되는 시기에 이르렀다”며 “기업의 종업원 수, 정보통신 기술의 응용과 파급 정도, 수출과 연구개발 비중 등의 기준을 지금보다 많이 높여 확실한 경쟁력을 갖춘 업체들만 병역특례업체로 선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병역특례 비리를 조사 중인 서울 동부지검 형사6부(부장 김회재)는 2일 지금까지 소환 조사한 15개 업체 중 5개 업체 관련자들에 대한 계좌추적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 회사의 대표 계좌를 비롯해 주요 관계자와 근무한 병역특례자의 부모 계좌를 우선적으로 조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검찰은 지난주 압수수색을 진행한 61개 업체의 관계자와 병역특례자 300여 명에 대해서도 통신사실(휴대전화 위치 및 통화 기록) 확인 영장을 청구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