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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만 Up or Down]관객 옭아맨 거미줄 배급망

입력 | 2007-05-03 03:02:00

사상 최대의 제작비 3억 달러를 투입한 ‘스파이더맨 3’의 거미줄에 과연 전국 300만 명 이상의 관객이 걸려들 것인가. 사진 제공 소니픽처스릴리징브에나비스타


《지난해 국내에서 상영된 359편의 영화 중 흥행 랭킹 10위 안에 든 영화는 모두 전국 관객 기준으로 300만 명을 돌파했다. 마케팅 비용을 포함한 한국 영화의 평균 제작비는 50억∼60억 원. 영화티켓 한 장에 제작사 몫이 3000원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전국 관객 200만 명이 손익분기점이고 300만 명은 흥행 성공의 바로미터로 볼 수 있다.

‘300만 Up or Down’ 코너를 통해 대작 영화들의 흥행 성적을 가늠해 본다.》

1일 개봉한 ‘스파이더맨 3’가 하루 만에 전국 관객 50만2000명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괴물’의 개봉 첫날 관객(전야제 시사 포함) 61만 명에 육박한다.

할리우드 대작의 속편들이 공세를 펼칠 것으로 보이는 올해 블록버스터 영화의 서장을 장식한 ‘스파이더맨 3’. 3편은 과연 1편(전국 289만 명), 2편(전국 236만 명)의 흥행 성적을 갈아 치우고 300만 명 선을 넘을 수 있을까.

작품만 놓고 봤을 때 ‘스파이더맨 3’의 흡입력은 전작에 비해 떨어진다. 다른 슈퍼 영웅과 차별화되는 스파이더맨의 매력은 10대의 나이에 슈퍼 영웅이 된 피터 파커의 풋풋한 매력에서 나온다. 그러나 피터 역을 맡은 30대의 토비 맥과이어는 너무 성숙해 해리 포터가 몸에 맞지 않게 된 대니얼 래드클리프를 보는 것처럼 안쓰럽다.

그가 ‘사이더 하우스’ ‘라이드 위드 데블’에서 고뇌하는 청춘을 기막히게 연기한 배우임을 기억하는 이들에게 스파이더맨 역은 그의 재능을 썩히는 덫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 3편에서 그가 수수께끼의 외계 생명체 심비오트에 감염된 블랙 스파이더맨 슈트를 찢어 버리려고 몸부림치는 장면이 더욱 의미심장하다.

‘이블 데드’와 ‘그루지’와 같은 B급 영화의 감수성을 주류 영화로 발전시킨 샘 레이미 감독의 발랄함도 3억 달러란 사상 최대의 제작비 앞에서 무화된 듯하다. 감독도 이를 감지한 듯 3편을 끝으로 손을 털려는 속내를 드러낸다. 피터와 그의 연인 메리 제인, 그의 친구 해리의 갈등이 모두 해결되고 피터가 ‘악과의 전쟁’을 선포하게 한 악연까지 깨끗이 풀어 버린다. 하지만 이를 위해 2시간 19분의 상영시간을 견뎌 내는 것은 솔직히 벅차다.

특수효과는 여전히 매력적이다. 특히 ‘황사맨’으로 번역했더라면 더욱 그럴듯했을 샌드맨이란 캐릭터가 인상적이다. 그런 샌드맨에게 집중하지 못하고 ‘뉴 고블린’ ‘베놈’ 등 악당 3총사를 등장시킨 것은 3이란 숫자에 대한 강박관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300만 명을 돌파할 가능성은 커 보인다. 우선은 ‘그놈 목소리’ 이후 국내에서 이렇다 할 흥행작이 없었다. 전국 617개 스크린 수가 말해 주는 물량 공세의 힘도 크다. 이런 블록버스터의 거미줄에 걸려 개봉 3주 만에 종영 위기에 처한 ‘천년학’의 서글픈 날갯짓이 더욱 안쓰럽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