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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김영용]‘反기업’ 외치기 전에 기업 공부부터

입력 | 2007-05-04 02:51:00


부자에 대한 호감도 38.4%, 기업 오너에 대한 호감도 40.3%, 중소기업에 대한 호감도 75%, 대기업에 대한 호감도 57.2%, 기업 전체에 대한 호감도 63.4%. 예전에 비해 호감도가 좀 나아지기는 했지만 부자 및 기업 오너에 대해서는 여전히 비우호적이다.

親기업 정서가 중국의 힘

한국의 최고경영자(CEO) 중 70%는 한국의 반기업 정서가 심각한 것으로 느낀다. 대만 18%, 캐나다 20%, 미국 23%, 싱가포르 28%, 일본 45%, 인도 50%, 브라질 53%에 비해 한결 높다(2005년 12월 전국경제인연합회 조사). 한국의 반기업 정서를 나타내는 단적인 지표다.

연평균 10%를 웃도는 중국의 성장과 부활하는 일본 경제를 보며 떠오르는 낱말은 샌드위치와 넛크래커.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의 기술력을 자랑하는 일본과 후발 주자의 이점을 최대로 살리는 중국의 추격은 분명 한국 경제에 대한 위협이다.

이들이 두려운 진정한 이유는 한국보다 한결 더 친시장적이며 친기업적이어서다. 중국인은 한국 및 일본 사람과는 비교가 안 될 만큼 친시장적이며 친기업적이다. 중국의 빠른 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원동력이다.

반기업 정서는 어느 시대 어느 나라에나 있었다. 미국에서도 산업화 초기 반기업 정서가 강했다. 신용평가기관의 창업자인 존 무디는 1904년 저서인 ‘The Truth about the Trusts’에서 록펠러와 J P 모건을 비롯한 기업가에 의한 기업 지배가 미국 경제를 크게 발전시킬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았다.

그러나 록펠러의 제조업은 반기업 정서의 타깃이 되어 철저하게 해체됐다. 19세기 미국의 산업화를 주도했던 록펠러, 밴더빌트, 카네기는 반기업 정서를 못 이겨 자선사업가로 돌아선 경우이다. 물론 그들은 각각 시카고대와 밴더빌트대, 그리고 박물관을 남겨 지금도 추앙받는다.

한국도 당분간 비슷한 길을 걸을 것으로 보인다. 금년 말 대선에서 어느 당이 집권하느냐와 상관없이 잘못된 논리에 근거해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앞세우며 일부 시민단체는 기업집단에 대한 공격을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강도를 더할 것이다.

반기업 운동이 종국에는 주식회사 제도의 붕괴를 통해 경제 붕괴라는 가공할 만한 결과를 부른다는 사실에 대한 이해가 일부 시민단체에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운동은 대중의 반기업 정서를 등에 업고 이미 힘을 얻었다.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이 5%를 밑돌 것이라는 예측이 많아졌다. 금년 1분기 제조업 생산능력 증가율이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1%대로 떨어지고 설비투자 증가율이 제자리걸음인 데 반해 제조업 고용 비중은 빠른 속도로 떨어지는 중이다.

기업도 체계적 논리로 대응해야

반기업 정서로 인한 기업가 정신의 추락이 비틀거리는 한국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점은 분명하다. 외적 요인이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기업도 반기업 정서 해소에 나서야 한다. 기업을 공격하는 집단을 선심성 대책으로 무마하지 말고, 당당하며 체계적인 논리로 대응해야 한다. 기업은 물론 국가경제를 살리는 길이기 때문이다.

오늘의 한국 경제를 어둡게 하는 반기업 정서는 결국 지식의 문제로 귀결된다. 기업과 주식회사, 기업집단에 대한 학술적 이해가 부족하다. 시민단체를 이끄는 핵심 주체는 모두 대학교수를 비롯한 지식인이다. 지식인에게 던져진 문제인 만큼 깊이 있는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학술적 논의의 장으로 돌아가야 한다. 무리를 형성해 여론의 우위를 점하려는 태도는 경제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김영용 전남대 교수·한국경제 연구원 초빙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