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어느날 동갑내기 친구에게서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나와 그녀, 그리고 또 다른 한 친구는 세상이 말하는 ‘노처녀’이자 ‘싱글’이며 ‘1인 세대’였다.
“이거 받아. 꼭 와야 해!”
그것은 청첩장이었다. 삼총사 중 하나가 내민 하얗고 네모난 봉투를 마주한 우리는 소리 소문 없이 연애질했느냐며, 살짝 배신감도 느끼고 또 한편으로는 낭패감과 불안감도 느꼈다. 속마음에는 ‘너마저’라는 심리도 있었다.
“절대로 나보다 먼저 가면 안 돼!”
“아니야, 너 먼저 해서 제발 행복하다고 말해 주라. 나도 시집 좀 가 보게!”
“가긴 뭘 가. 그냥 우리 셋이 늙어서 똑같이 실버타운 들어가면 좋잖아!”
우린 만나기만 하면 이런 수다를 떨곤 했다. 네가 가라, 내가 간다, 그렇게 밀고 당기고 웃었지만 왜 우리 중 한 사람이 청첩장을 불현듯 내밀 수도 있다는 것을 예상하지 못했을까.
행복해 미치겠다는 표정으로 신혼여행을 떠나는 친구에게 손을 흔들고 돌아서면서 남은 우리 둘은 쓸쓸해졌다. 마치 낙오자처럼 어깨에 힘이 빠졌다. 피로연장에서도 부부 동반하지 않은 친구는 우리 둘뿐이었다.
“결혼이… 인생의 목표야?”
친구가 물었다. 난 아니라고 대답했다. 결혼은 과정이지 목표가 아니라고. 그것은 나에게 올 수도, 또 오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지 결혼으로 한 사람의 인생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라고 말이다. 그럼에도 나는 ‘이제 당신은 이 결혼식을 통해 삶이 완성되었다’라고 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던 결혼식장을 떠올렸다.
“신혼여행에서 돌아오면 집들이한다고 부르겠지?”
“그뿐이겠니? 애 돌잔치에 오라고 하겠지.”
“부부싸움 했다고 울면서 전화 오면 어떡하지?”
“뭘 어떡해. 참고 살라고 해야지.”
우리 둘은 단골 칵테일 바에 우아하게(?) 앉아 가 버린 친구의 앞날을 점쳤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집들이와 돌잔치 초대를 받았고 그리고 몇 년 뒤 소식이 끊겼다.
결혼이 인생의 목표인지 아닌지는 몰라도 여자들의 우정을 삐걱거리게 하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황 명 화 자유기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