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평창군 미탄면 청옥산 기슭
덜렁 집 한 채 짓고 살러 들어간 제자를 찾아갔다
거기서 만들고 거기서 키웠다는 다섯 살배기 딸 민지
민지가 아침 일찍 눈을 비비고 일어나
저보다 큰 물뿌리개를 나한테 들리고
질경이 나싱개 토끼풀 억새……
이런 풀들에게 물을 주며
잘 잤니, 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그게 뭔데 거기다 물을 주니?
꽃이야, 하고 민지가 대답했다
그건 잡초야, 라고 말하려던 내 입이 다물어졌다
내 말은 때가 묻어
천지와 귀신을 감동시키지 못하는데
꽃이야, 하는 그애의 말 한 마디가
풀잎의 풋풋한 잠을 흔들어 깨우는 것이었다
-시집 ‘詩를 찾아서’(창비) 중에서》
누구라도 한때 저와 같은 시절 있었으리라. 스스로가 꽃이라서 모든 사물을 꽃으로 보던 시절 있었으리라. 스스로가 샘물이라서 모든 사물을 투명하게 보던 시절 있었으리라. 귀 기울이면 질경이와 나싱개와 토끼풀과 억새의 말소리가 도란도란 들려오던 시절 있었으리라. 시냇물과 바람과 구름의 언어를 옳게 알아듣던 시절 있었으리라. 아무리 무서운 사람도 한때 천지와 귀신을 감동시키던 ‘민지’였으리라. 오월은 아이들 해맑은 눈동자 호수에 풍덩 뛰어드는 달!
시인 반칠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