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이 6자회담과 남북회담에서 북한에 똑같은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 남북 협력은 6자회담 합의사항이 진전되는 것과 맞물려 이뤄져야 한다."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가 4일 서울 조선호텔 오키드룸에서 열린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주최 조찬포럼에서 남북관계의 속도에 대해 이처럼 말했다.
버시바우 대사는 "6자회담과 대북 포용정책이 상호 보완적으로 조율돼야 한다. 열차는 양쪽 철로 모두를 디디고 나아가야 한다"고 전제하고 "(이를 통해) 북한을 고립에서 벗어나 더 큰 물(국제사회)로 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버시바우 대사의 이 같은 발언은 최근 남북 적십자회담과 경제협력추진위원회(경협위) 등 남북관계가 정상궤도에 오르기 시작한 상황에서 나온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
버시바우 대사는 또한 2·13 합의 이행 시한에 관해서는 "부시 대통령 임기 내 (북핵 문제의) 완전한 해결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북한이 비핵화의 길로 간다면 그와 비슷한 시기에 관계 정상화를 이루고 항구적인 평화체제 논의, 경제지원도 빠르게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이어 "북한에 돌아가는 모든 혜택을 생각한다면 (북한이) 하루 빨리 행동을 취해야 한다"면서 "BDA 문제는 기술적인 문제라고 생각하며 (북한의 행동을) 조금 더 기다려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버시바우 대사는 또 "북한은 비핵화를 이루고 (2·13 합의에서) 약속된 바를 얻을지, 고립을 더욱 심화시킬지 선택에 놓여 있다"며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결단력 있게 방향을 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늘까지 행동을 지켜봤을 때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전략적 결정을 내렸는지는 확실치 않다"며 "2·13 합의는 여전히 유효하며 앞으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방향과 구체적인 행동 대 행동의 약속, 북한의 선택을 명확한 시간과 틀로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방코델타아시아(BDA) 자금 송금이라는 기술적인 문제가 (6자회담 진전의) 모멘텀 상실로 이어져 안타깝지만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실무대표단 초청 계획과 영변 핵시설 가동 중지 등을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은 고무적"이라며 북한의 행동을 통한 단계별 한반도 비핵화를 기대했다.
그는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행동에 나설 경우 완전한 관계정상화, 테러지원국 해제, 대 적성국 교역금지법 적용 해제 등의 과정에서 진전을 이룰 준비가 돼 있다면서 "관련국과 협의해서 한국 정전협정을 항구적인 평화협정으로 변화시킬 준비도 돼 있다"고 밝혔다.
성하운기자 haw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