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 자리에서 여직원에게 음주를 강요하거나 단합 목적의 술자리 등을 위해 직원들의 귀가를 방해하는 행위는 인격권 침해로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2004년 4월 유명 게임업체에 입사한 J(29·여) 씨는 입사 첫날 환영 회식 때 부장 C(38) 씨가 “술을 마시지 않으면 ‘흑기사’로 대신 술을 마셔 주는 남자 직원과 키스를 시키겠다”고 해 억지로 소주 2, 3잔을 마셨다.
평소 주량이 맥주 2잔이었던 J 씨는 입사 뒤 두 달간 C 씨가 별다른 이유 없이 단란주점 등에서 일주일에 2차례 이상 마련하는 술자리에 끌려가 새벽 3, 4시까지 술을 마셔야 했다.
과음에 따른 고통을 호소해도 소용이 없었고, 2년 전 앓았던 위염이 재발해 치료약을 복용하는 동안에도 억지로 새벽까지 술을 마셔야 했다.
J 씨는 술자리로 인한 늦은 귀가 등이 화근이 돼 4년간 사귄 남자친구와 헤어졌고 위염, 불면증 등에 시달리게 됐다. 그는 결국 입사 두 달 만에 장출혈을 이유로 출근을 거부하면서 회사에 사직 의사를 밝혔고 C 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서울고법 민사26부(부장판사 강영호)는 “체질 종교 개인사정 때문에 술을 전혀 못하거나 잘 마시지 못하는 사람에게 술을 강요하는 것은 인격적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인 만큼 C 씨는 30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6일 밝혔다.
재판부는 “회사원도 근로관계 법령이나 고용관계에서 정한 근무시간 이외에는 여가를 자유롭게 사용할 권리가 있는데도, 새벽까지 귀가하지 못하도록 강요한 것은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침해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1심 법원은 C 씨가 술자리 등에서 J 씨의 신체를 만지거나 성희롱 발언을 한 데 대한 책임을 주로 인정해 700만 원 지급 판결을 내렸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