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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理知논술/교과서로 논술 잡기]언어영역

입력 | 2007-05-08 03:01:00


《‘교과서에 나오는 심화학습 문제로 통합교과형 논술을 준비할 수 있다.’ 서울대 등 주요대학과 논술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분석이다. 교과서를 통해 통합논술의 기초를 충분히 다질 수 있다는 것이다. 고교 교과서의 핵심내용을 논술 준비 강의로 진행한다. 한 주는 사회와 과학, 한 주는 언어와 수리를 싣는다.》

혈연적 동질성 ‘배달 민족’ 자부심 넘쳐나

가족-인종-민족주의 과잉… 폐해는 없는가

■ 주제: 가족을 말한다

교과서 활용 단원: 국어(상) 7단원 ‘장마’, 국어(상) 8단원 ‘동국신속삼강행실도’, 독서교과서(천재교육) ‘가족·인종·민족은 못 넘을 벽인가’

■ 교과서 다시 읽기

양민 여자 최금(崔今)은 옥과현 사람이니, 사노(寺奴) 궉진(具億進)의 아내였다. 정유재란에 그 지아비를 따라 두 아들을 거느리고 산중으로 왜적을 피하였는데, 왜적이 갑자기 이르러 그 지아비를 먼저 죽이고 또 두 아들을 죽이거늘, 최금이 돌을 가지고 돌진하여 왜적 하나를 죽이고 살해당했다. 지금 임금께서 정문*을 내리셨다.

글 싣는 순서(언어)1언어와 매체 특성2민족의 운명과 개인의 삶3세계화와 우리4부조리한 현실과 대응5물질적 조건과 삶6삶은 허무한가?7사랑과 삶8빠름과 느림9가족을 말한다

10과거와 현재, 그리고 우리의 미래11인간이 풀어야 할 과제, 환경12희생, 사랑, 순종은여성의 미덕인가?13욕망은 더러운 것인가?14대학과 학문15지식인의 역할과 사명16노동은 천한 것인가?17애국주의의 명암18가난, 숙명? 자업자득?19화해와 평화, 그리고 통일20희미한 옛사랑의 노래, 민주주의21혼자만 살지 말고 같이 살자22자연 친화, 도피? 은인자중?삶의 본연의 모습?23영원한 소외 지대, 농촌24예술은 면죄부일 수 있는가?

*정문[旌門] : 충신, 효자, 열녀 들을 표창하기 위하여 그 집 앞에 세우던 붉은 문.

임금께서 최금에게 정문을 내리신 이유에 대해 논술하시오.

어느 사회나 지배적인 이데올로기라는 것이 있습니다. 조선시대는 ‘유교’이념이라는 지배적 이데올로기가 있었고 오늘날은 자본주의 이데올로기라는 것이 있지요. 물론 동시대에도 여러 가지 이데올로기가 있을 수 있습니다만 이러한 이데올로기는 사회 구성원의 의식이나 행위를 떠받치는 주춧돌과 같은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위 글이 실려 있는 또한 그러한 이데올로기의 확산이나 강화를 통해 사회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방편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임금께서 최금이의 행위에 대해 정문을 내리신 것은 최금이 가족에게 보인 ‘가족애’(또는 모성이나 사랑)를 사회적으로 확산시켜 사회질서 유지를 도모하고자 하는 의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시문 (가)

(1) 장마가 계속되던 어느 날, 우리 집에 국군인 외삼촌의 전사 소식이 전해진다. 외할머니가 외삼촌의 전사 통지를 받고, 빨갱이를 다 쓸어가 버리라고 저주하는 바람에 빨치산 삼촌을 둔 할머니의 분노를 사게 된다.

한편 할머니는 ‘아무 날 아무 시'에 삼촌이 아무 탈 없이 돌아온다는 점쟁이의 말을 철석같이 믿지만 빨치산 삼촌은 할머니의 기대와 달리 오지 않는다. 대신 나타난 것은 커다란 구렁이였고, 할머니는 기절한다. 그때 구렁이를 삼촌의 현신으로 생각한 외할머니가 잘 수습하여 무사히 보낸다. 할머니는 구렁이를 잘 보내 준 외할머니에게 고마움을 표하면서 외할머니와 화해하고 세상을 떠난다.

(2) “자네 오면 줄라고 노친께서 여러 날 들여 장만헌 것일세. 먹지는 못헐망정 눈요구라도 허고 가소. 다아 자네 노친 정성 아닌가. 내가 자네를 쫓을라고 이러는 건 아니네. 그것만은 자네도 알어야 되네. 남새가 나드라도 너무 섭섭타 생각 말고, 집안일일랑 아모 걱정 말고 머언 걸음 부데 펜안히 가소.”

이야기를 다 마치고 외할머니는 불씨가 담긴 그릇을 헤집었다. 그 위에 할머니의 흰 머리를 올려놓자 지글지글 끓는 소리를 내면서 타오르기 시작했다. 단백질을 태우는 노린내가 멀리까지 진동했다. 그러자 눈앞에서 벌어지는, 그야말로 희한한 광경에 놀라 사람들은 저마다 탄성을 올렸다. 외할머니가 아무리 타일러도 그 때까지 움쩍도 하지 않고 그토록 오랜 시간을 버티던 그것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감나무 가지를 친친 감았던 몸뚱이가 스르르 풀리면서 구렁이는 땅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떨어진 자리에서 잠시 머뭇거린 다음 구렁이는 꿈틀꿈틀 기어 외할머니 앞으로 다가왔다. 외할머니가 한쪽으로 비켜서면서 길을 터 주었다. 이리저리 움직이는 대로 뒤를 따라가며 외할머니는 연신 소리를 질렀다. 새막에서 참새 떼를 쫓을 때처럼

“숴이! 숴이!” 하고 소리를 지르면서 손뼉까지 쳤다. 누런 비늘가죽을 번들번들 뒤틀면서 그것은 소리 없이 땅바닥을 기었다. 안방에 있던 식구들도 마루로 몰려나와 마당 한복판을 가로질러 오는 기다란 그것을 모두 질린 표정으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꼬리를 잔뜩 사려 가랑이 사이에 감춘 워리란 놈이 그래도 꼴값을 하느라고 마루 밑에서 다 죽어 가는 소리로 짖어 대고 있었다. 몸뚱이의 움직임과는 여전히 따로 노는 꼬리 부분을 왼쪽으로 삐딱하게 흔들거리면서 그것은 방향을 바꾸어 헛간과 부엌 사이 공지를 천천히 지나갔다. (중략)

“고맙소.” 정기가 꺼진 우묵한 눈을 치켜 간신히 외할머니를 올려다보면서 할머니는 목이 꽉 메었다. “사분도 별시런 말씀을 다….” 외할머니도 말끝을 마무르지 못했다. “야한티서 이얘기는 다 들었소. 내가 당혀야 헐 일을 사분이 대신 맡었구랴. 그 험헌 일을 다 치르노라고 얼매나 수고시렀으꼬.” “인자는 다 지나간 일이닝게 그런 말씀 고만두시고 어서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