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4, 5세쯤 되면 질문이 많아진다. 그만큼 세상에 대해 알고 싶은 것이 많아지는 시기가 되었다는 뜻이다. 엄마는 곤혹스러워진다. 아이가 ‘왜’라고 묻는 내용은 엄마가 전혀 생각해 보지 않은 것들이거나 혹은 막연하게만 알고 있는 것들이어서 막상 설명하려면 쉽지 않다.
이쯤 되면 엄마는 백과사전을 떠올리게 된다. 그런데 백과사전이 과연 제 몫을 할까?
그렇지 않다. 우선 백과사전이라 해도 어디에서 언제 튀어나올지 모르는 아이의 모든 궁금증에 대한 답을 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책이 다양하지 않던 시절엔 백과사전이 궁금증에 대한 답을 얻기에 가장 좋은 방법이었지만 요즘엔 그렇지 않다. 같은 내용이라도 연령에 따라서, 접근 방식에 따라서 다양한 종류의 책을 만날 수 있다. 백과사전으로 모든 걸 해결하기보다는 아이가 관심을 보이는 책을 골라서 주는 편이 훨씬 좋다.
‘왜’라는 질문을 시작한 아이들은 정확한 답을 원하는 게 아니다. 아이의 질문 속에는 아이가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것이 포함되어 있다. 과학적인 답이 필요한 경우도 있지만, 문득 ‘왜’라는 질문을 던져 놓고 이런저런 상상을 하며 생각의 지평을 넓혀 나가는 과정일 때가 많다.
따라서 아이에게 정확한 대답을 해 줘야 한다는 강박을 갖지 말자. 백과사전에 대한 미련은 떨치고 엄마가 해 줄 수 있는 만큼 설명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 좋겠다. 오히려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중요할 때도 있다. 아이가 던지는 모든 질문에 정확한 대답을 하고 이를 아이에게 이해시키려고 하다 보면 아이가 오히려 질려 버리는 경우도 생긴다. 그러면 자신이 질문을 할 때마다 뭔가를 배워야 한다는 생각에 점점 ‘왜’라는 질문을 하지 않게 된다.
아이의 질문에 좀 유연하게 대처하자. “하늘은 왜 파래?” 하고 묻는다면 붉은 저녁노을을 보여 주거나 잔뜩 찌푸린 하늘을 보여 주는 것도 좋다. 아이에게 필요한 건 당장 해답을 얻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오진원 웹진 ‘오른발왼발’ 운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