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탈당 그룹인 통합신당모임이 어제 중앙당 창당대회를 열어 ‘중도개혁통합신당’이란 이름의 신당으로 공식 출범했다. 김한길 의원을 당 대표로 선출하고 당헌도 채택했다. 참여 의원이 19명에 불과하자 열린우리당 유필우 의원을 긴급 합류시켜 20명으로 원내 교섭단체 구성도 마쳤다. 그러나 이 당을 정상적인 독자 정당으로 보는 국민은 거의 없다. 범(汎)여권의 이합집산에 따라 없어지거나 다른 세력에 흡수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김 대표도 이날 대표 수락연설에서 “창당으로 제3지대에 대통합의 전진기지를 마련했으며 최종 목적지인 대통합을 위해 계속 전진할 것”이라고 밝힘으로써 정치 환경의 변화에 따라 거품처럼 사라질 포말(泡沫)정당임을 자인했다. 이런 당을 만들어 놓고서도 성대한 신장개업식까지 했다.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의 인기가 곤두박질치자 제 살길을 찾자고 뛰쳐 나온 것도 염치없는 짓인데 대(對)국민 창당 사기극까지 벌인 셈이다.
창당에 어떤 명분을 입힌들 부동산 투기와 다를 바 없는 ‘정치적 알박기’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당의 모양새를 갖춰 놓아야 12월 대선과 내년 4월 총선을 겨냥해 범여권의 통합 논의를 주도하거나, 낄 수 있다는 계산이기 때문이다. 분기마다 원내 교섭단체 구성 정당에 주는 국고보조금 12억8000만 원까지 챙기게 됐으니 ‘꿩 먹고 알 먹기’다.
그렇다고 노 대통령이 연일 범여권의 움직임에 대해 의견을 밝히고, 특정 인사들을 비난하는 것도 눈 뜨고 못 봐 줄 일이다. 정치 논평가의 수준을 넘어 숫제 정치일선에 다시 나섰다는 인상마저 주고 있다. 자신들이 만든 당을 깨고 나가려는 김근태, 정동영 씨의 처신도 문제지만 이미 열린우리당 당적을 정리한 대통령의 이런 언행도 정당화되기 어렵다. 대통령의 선거 개입 시비를 낳아 공정하고 투명해야 할 대선을 망칠 수도 있다.
일각에서 제기된 노 대통령의 임기 중 열린우리당 복당설(復黨說) 또한 일고의 가치도 없다. 청와대가 이를 부인했지만 혹여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대통령으로서의 신의(信義)를 저버리는 꼴이 될 것이다. 그런 전례도 없거니와, 열린우리당을 자신의 사당(私黨)으로 여기지 않는 한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