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은 ‘프랑스 최초 여성 대통령의 해’가 아니었다.
6일 프랑스 대선 결선투표의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사회당의 세골렌 루아얄(사진) 후보는 “나를 지지해 준 사람들의 실망과 고통을 이해한다”며 패배를 인정했다. 그는 차분한 미소와 함께 “우리가 함께해 온 좌파 개혁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며 “우리의 노력은 열매를 맺어 미래 승리의 발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루아얄 후보의 득표율(47%)은 1995년 이후 사회당 후보 중에서는 가장 높다. 그러나 니콜라 사르코지 후보와의 격차는 지금까지의 예상보다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가 지난해 11월 사회당 후보로 결정됐을 때만 해도 당선 가능성을 점치는 여론이 높았다. 공격적인 당당함과 수려한 외모, 기존의 정치를 바꿀 새로운 ‘정치 스타’의 이미지는 유권자를 매혹시켰다.
그러나 언론 인터뷰에서 드러난 경험 및 지식의 부족과 해외 순방에서의 잦은 말실수는 점차 그를 궁지로 몰아갔다. 공약에서 좌파적인 색채를 완화하려는 노력은 전통 지지자들의 반감을 샀고 이들을 잡기 위해 태도를 바꾼 뒤에는 “일관성이 없다”는 당 안팎의 비판에 시달렸다.
선거운동 막판에 ‘여성을 엘리제궁으로!’ 식의 메시지를 앞세우며 여성성을 강조한 전략도 오히려 반감을 샀다. 여성 고위 공직자들마저 “정치가 아닌 패션업계에나 어울릴 언행”이라며 그를 공개 비판했다.
지난달 22일 1차 투표에서도 루아얄 후보가 얻은 여성 표는 28%로 사르코지 후보에게 간 표(32%)보다 적었다. 여성 유권자, 특히 65세 이상의 보수적 ‘어머니 세대’가 루아얄 후보에게 등을 돌리면서 일단 꿈을 접어야 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