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인들은 새로운 미래를 선택했다.
6일 치러진 프랑스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에서 집권 우파 대중운동연합(UMP)의 니콜라 사르코지(52) 후보가 사회당의 세골렌 루아얄(53) 후보를 누르고 프랑스 5공화국의 6번째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과반수의 유권자는 분배에 치중해 온 사회주의적 관습을 타파하고 성장 위주의 과감한 경제 개혁을 이뤄 내겠다고 약속한 사르코지 후보의 손을 들어 줬다. 유권자들은 주 35시간 근로제가 주는 달콤한 휴식이 아니라 ‘더 일하면 더 벌 수 있는’ 사회를 택했고 ‘성장 없이는 분배도 없다’는 주장에 찬성표를 던졌다.
개표 결과 사르코지 후보는 53.06%를 득표해 46.94% 득표에 그친 루아얄 후보에게 낙승을 거뒀다. 투표율은 1차 투표 때의 83.77%보다 높은 83.97%로 이번 선거에 쏟아진 뜨거운 열기를 입증했다. 사르코지 대통령 당선자는 이날 당선 소감에서 ‘과거와의 단절’을 화두로 내세웠다. 엘리트 위주의 권위적인 정치, 각종 규제에 묶여 활력을 잃은 경제, 도덕적 해이를 조장하는 사회보장제도로 대표돼 온 프랑스의 현주소와 단절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역대 프랑스 대통령 가운데 가장 시장친화적인 인물로 꼽히는 그는 취임 후 100일 안에 규제 개혁과 노동시장 자유화, 미국식 시장주의 정착을 목표로 한 구체적인 청사진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강성인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한 반발도 만만치 않아 프랑스는 한동안 개혁과 반(反)개혁의 충돌에 휩싸일 것으로 전망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 출생한 그는 전후 세대 정치인으로선 최초의 프랑스 대통령이다. 자크 시라크 대통령보다 22세나 어린 ‘신세대’ 대통령의 탄생으로 프랑스 정치권에는 세대교체가 빠르게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뿐만 아니라 그는 엘리트 정치인을 양성하는 국립행정학교(ENA)가 아닌 일반 대학 출신이어서 권위주의와 엘리트주의에 물든 프랑스 정치권에 과감히 메스를 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외교 분야에서도 적잖은 변화가 있으리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사르코지 당선자는 친미주의자로 분류되고 있어 2차 대전 이후 줄곧 불편한 프랑스와 미국의 관계가 좀 더 가까워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사회 분야에선 ‘통합’보다는 ‘분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특히 반이민자 정책과 강경한 범죄 대책 때문에 이민자들을 중심으로 한 빈곤층 지역에선 그에 대한 반발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프랑스 좌파는 이번까지 대선에서 3번 연속 패배하게 돼 큰 위기에 직면했다.
루아얄 후보는 이날 “지지자들의 낙담을 이해한다”며 패배를 인정한 뒤 “좌파의 개혁을 깊이 있게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좌파는 6월 중순의 총선거에서 우파를 이기고 ‘좌우 동거정부(코아비타시옹)’를 구성하는 데 성공할 경우 한숨을 돌리겠지만 반대의 경우엔 결정적인 타격을 입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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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금동근 특파원 go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