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시뮬레이션 게임인 스타크래프트가 처음 등장했던 10여 년 전만 해도 게임은 그저 청소년 여가 생활의 일부였다. 그 후 게임방의 등장을 통한 한국적 프랜차이즈와 게임 산업 자체의 비약적인 발전, 또 e스포츠라는 새로운 문화산업적 트렌드를 생각하면 게임은 단순히 오락에 머물지는 않는 것 같다.
공예를 영어로 크래프트(craft)라고 한다. 공예라는 단어로 연상할 수 있는 이미지는 전통적이면서 예술적이고 다소 보수적이다. e스포츠의 핵심으로 자리 잡은 스타크래프트에 비하면 정말 고리타분하고 재미가 없어 일반인의 관심을 끌기에 부족하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가져올 새 패러다임은 공예를 더는 골동품 가게의 빛바랜 쇼윈도나 먼지 쌓인 공방에서 유유자적할 수 없게 만들었다. 정체성과 창조성을 바탕으로 다양한 문화산업적 가치를 만들어 내야 하는 고민의 계기를 제공한다.
전통 한국공예품은 상당한 경쟁력을 갖춘 상품이라고 할 수 있지만 FTA가 만들어 낼 새로운 시장에서의 문화산업적 경쟁력은 아직 아무도 예견할 수 없다.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이 만든 다양한 가치와 시대적 트렌드에 비한다면 한국의 공예문화는 오히려 적잖은 위기감마저 느끼게 한다.
우리는 새로운 개념의 공예, 즉 네오크래프트(neo-craft)를 기대한다. 원래 문화란 방어가 아니라 교류에 생명이 있다. 인간의 삶 전체에서 융합이 일어나는 글로벌 컨버전스 시대에는 이에 어울리는 열린 문화정책이 등장해야 한다.
창의성(Creative) 발현, 경쟁력(Competitiveness) 강화, 소통(Communication)과 나눔 등 3C를 기본 방향으로 창의성에 기반해 세계적 문화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문화진흥정책이 필요하다.
FTA 이후 문화계가 공통으로 직면한 문제는 창의성과 경쟁력, 그리고 소통이다. 그 안에서 문화적 정체성을 찾고, 다양성이 조화를 이루며, 창조적인 산업적 가치를 만들어 내는 일이 시급하다. 한국 공예문화가 갖는 기본적 속성이며 수년간 지향한 목표이기도 하다.
물론 성과를 거두기 위해선 해야 할 일이 더 많다. 공예문화 전반의 유통 현대화와 전문 인력 양성을 통한 경쟁력 확보가 중요하며 이를 위한 창작 여건의 근본적인 개선과 사회적 기반 조성이 시급하다. 문화적 다양성에 근거한 산업적 가치 추구도 중요한 과제의 하나다.
전통이라는 굴레 안에서 시간의 먼지를 뒤집어쓴 채 방치된 듯한 한국 공예문화의 현실을 직면할 때마다 느끼는 측은함과 위로의 심정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우리의 공예를 게임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한 번쯤은 각각의 장단점을 생각해 보자. 현실의 정확한 인식과 미래의 비전을 연결시키는 공예문화진흥정책을 추진해 대중 앞에 당당한 공예문화를 양성하고 육성하는 일이 한국 공예문화의 발전 방향이 아닌가 한다.
권오인 한국공예문화진흥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