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인적자원부가 전국경제인연합회와 함께 개발한 차세대 경제교과서 모형(이하 경제교과서 모형)에 시장주의 경제에 비판적인 10가지 읽기 자료를 추가하도록 요구해 집필진의 반발을 사고 있다.
교육부는 경제교과서발전자문위원회(자문위) 일부 위원의 요구에 따라 추가 자료를 만들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자문위는 이에 대해 논의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교육부는 자문위원 13명 가운데 4명이 △정부의 시장 개입 필요성 △기업의 사회적 책임 △분배의 중요성 등을 담은 10가지 자료를 선정해 제시함에 따라 이들 자료를 경제교과서 모형의 뒷부분에 읽기 자료로 추가하기로 했다고 8일 밝혔다.
민주노총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은 이 같은 내용을 주장해 왔다.
교육부는 “경제교과서 모형이 친시장적이라는 지적에 따라 균형을 맞추기 위해 이들 자료를 싣기로 했다”면서 “읽기 자료는 풍부할수록 좋다”고 말했다.
지난해 2월 출범한 자문위는 중소기업중앙회 전경련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5단체가 추천한 인사 5명, 기존 경제교과서가 반시장적이라고 지적해 온 한국개발연구원(KDI) 추천 인사 3명, 재벌그룹 다각화에 대한 제재를 비판해 온 교수 등 친시장주의적 인사, 현직 교사 2명과 YMCA 관계자 등 13명으로 이뤄져 있다.
교육부는 “지난해 공청회에서 경제교과서 모형이 친시장적이라는 지적이 있었으며 이에 따라 자문위원 중 4명이 추가 자료를 만들었지만 이들을 공개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 자문위원은 “자문위 차원에서 새 내용을 추가하자는 논의가 없었기 때문에 읽기 자료를 추가한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면서 “자문위는 경제교과서 모형을 만들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으며 모형의 집필이 끝났기 때문에 사실상 활동이 중단된 상태”라고 말했다.
집필진인 한국경제교육학회는 교육부의 조치에 반발하고 있으며 공동 개발자인 전경련은 해당 자료를 추가하겠다는 방침조차 통보받지 못했다.
한국경제교육학회 전택수 회장은 “집필진이 만들지 않은 10가지 읽기 자료를 책에 수록하면 집필진의 의견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집필진 10명 가운데 일부는 교육부가 갑자기 자료를 추가하도록 요청한 것은 외부의 압력이 있기 때문이라며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교과서 모형은 당초 2월 말에 일선 학교 교사들에게 보급될 예정이었으나 민주노총 등이 지나치게 친시장적이라고 반발하자 교육부는 저자 명의를 교육부와 전경련에서 한국경제교육학회로 바꾸기로 하고 내용을 검토해 왔다.
교육부는 이달에 이 모형을 수정하고 인쇄해 일선 학교에 배포하겠다고 밝혔지만 집필진 등의 반발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희균기자 foryo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