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인 8일 중학교 3학년생이 집에 불이 나자 불 속으로 뛰어들어 아버지를 구했지만 심한 화상을 입어 아버지와 함께 위독한 상태다.
이 학생은 가족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10여 분간 홀로 사투를 벌였으나 할머니와 어머니는 끝내 숨졌다.
8일 오전 0시 21분께 전남 여수시 화양면 장모(52) 씨 집에서 불이 났다.
집 안방에는 장 씨와 부인 이모(51) 씨가, 건넌방에는 장 씨의 어머니 최모(86) 씨와 아들 수종(15) 군이 잠을 자고 있었다.
매캐한 연기에 잠을 깬 수종 군은 할머니를 흔들어 깨웠지만 이미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 방 안으로 불길이 번지자 수종 군은 창문을 깨 할머니를 구하려고 했지만 혼자서는 역부족이었다.
얼굴과 다리에 화상을 입은 데다 유리창을 깨고 나오면서 팔까지 크게 다친 수종 군은 이웃집으로 달려가 119 신고를 했다.
다시 집으로 돌아온 수종 군은 안방에서 신음하는 아버지를 마당으로 대피시킨 뒤 119로 두 번째 전화를 했다.
수종 군은 다급한 목소리로 “한 명밖에 구하지 못했어요. 아빠밖에요. 응급차로 데려가야 해요. (엄마는) 방에서 자고 있다가 변을 당한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출동한 소방관들은 집 내부를 모두 태운 불을 30여 분 만에 진화했다.
수종 군의 할머니와 어머니는 숨졌고 수종 군과 아버지는 전신 화상을 입어 여천전남병원에서 응급치료를 받은 뒤 화상 전문인 서울 강남구 베스티안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지만 위독한 상태다.
여수소방서 관계자는 “수종 군의 누나와 통화했는데 수종 군이 평소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를 극진히 보살폈다고 한다”며 “어린 학생이 불길을 뚫고 들어가 아버지를 구했는데도 둘 다 상태가 좋지 않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여수=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