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6개월 시한부 암 선고를 받은 남자가 죽기 전에 평생 모은 재산을 다 탕진하려고 흥청망청 살았다. 재산을 다 써 버리고 나니 암이 아니라는 결과가 나왔다.
영국에서 이 같은 어처구니없는 일이 생겨 화제를 모으고 있다.
BBC방송 등 현지 언론들은 7일 “암으로 오진해 나를 흥청망청 살게 한 책임을 배상하라”며 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낸 존 브랜드릭(62·사진) 씨의 사연을 일제히 전했다.
브랜드릭 씨는 2005년 2월 황달 증상이 있어 병원을 찾았다가 췌장암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절망한 브랜드릭 씨는 남은 삶이라도 풍족하게 살고 싶었다. 그래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마지막을 준비했다. 차도 팔고 옷도 모두 자선단체에 기부했다.
착실히 갚아 오던 은행 대출금 상환도 중단한 그는 매일 최고급 호텔을 찾아다니며 비싼 음식을 먹고 전국 각지를 수시로 여행했다. 장례식 준비도 홀로 다 마쳤다.
이런 생활을 1년째 이어가 재산이 거덜 날 무렵 그는 자신의 몸에 전혀 변화가 없다는 점을 깨닫고 다시 병원을 찾았다.
병원은 그에게 췌장암은 없고 단지 췌장염에 결렸을 뿐이라는 진단 결과를 내놓았다. 브랜드릭 씨는 날듯이 기뻤지만 그것도 잠시, 다음 순간 찾아온 것은 절망이었다. 암 오진은 근검절약하며 살던 그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다. 마지막 남은 30만 파운드(약 5억5000만 원)짜리 집도 채무변제로 경매에 넘어갔다.
결국 그는 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병원은 “사연은 안타깝지만 당시 진단 결과로는 분명히 췌장암이 맞았고 오진했다는 증거도 없다”며 소송을 할 테면 해 보라는 태세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