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갈등과 독립문제로 오랫동안 갈등했던 북아일랜드 신·구교 세력이 8일 공동자치정부를 출범하고 피로 얼룩진 분쟁에 종지부를 찍었다.
이로써 30여 년간 무장투쟁을 벌여온 아일랜드공화국군(IRA)이 2005년 7월 무장해제를 선언한 지 2년여 만에 평화를 위한 가시적인 성과를 거뒀다.
각료 인선에서 자치정부 대표 격인 수석장관에는 3월 자치의회 선거에서 승리한 강경 개신교 정당인 민주연합당(DUP)의 이언 페이슬리 당수가 선임됐다.
가톨릭계에서는 전 IRA 사령관이자 강경 구교파의 대표 인물인 마틴 맥기니스 신페인당 부당수가 차석장관에 올랐다.
장관 12명은 자치의회 선거 결과에 따라 DUP 5명, 신페인당 4명, 온건 신교도 정당인 얼스터연합당(UUP) 2명, 온건 구교도 정당인 사회민주노동당(SDLP)에 1명이 배분됐다.
출범식에서 페이슬리 수석장관은 “증오가 더는 지배하지 않는 평화의 시대가 왔다”며 “자치정부 출범 소식에 북아일랜드의 모든 사람이 안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맥기니스 차석장관도 “앞으로 많은 난관이 남아 있지만 영국의 직접 통치보다는 나을 것”이라며 환영했다.
이날 출범식에는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와 버티 어헌 아일랜드 총리도 참가해 두 진영의 새 출발을 축하했다.
두 세력이 일단 손을 잡았지만 여전히 시각이 달라 자치정부의 앞날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DUP는 북아일랜드가 영국의 일부로 남아 있기를 원하는 반면 신페인당은 북아일랜드가 아일랜드로 통합되기를 바라기 때문. 1998년에도 ‘굿프라이데이(성금요일) 협정’에 따라 공동자치정부가 출범했으나 IRA 활동을 둘러싼 갈등으로 2002년 붕괴된 바 있다.
이날 출범식에서도 페이슬리 수석장관과 맥기니스 차석장관은 눈도 맞추지 않고 악수도 하지 않아 앙금을 완전히 씻어내지 못한 모습이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