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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뷰티]키즈헬스/입 짧은 아이는 영양불균형?

입력 | 2007-05-09 03:00:00


엄마들이 똑똑해졌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똑똑한 여성들이 엄마가 됐다. 자신은 대충 아무 음식이나 먹을지언정 내 아이의 ‘먹을거리’를 위해서는 유기농이니 무방부제니 하는 포장에 서슴없이 지갑을 연다. 5대 영양소는 물론 갖가지 식품군을 따져가며 이것저것 골고루 먹이려 애쓴다.

그런데 이런 엄마의 노력을 비웃기라도 하듯 밥상 앞에서 입을 꾹 다물어 버리는 아이가 있다. 토끼 모양으로 밥을 만들고 완두콩 눈까지 박아 주어도 ‘밥 한 그릇 뚝딱’은 먼 나라 얘기다. 좋아하는 음식만 가려먹는 아이도 엄마의 속을 썩이기는 마찬가지다. 어르고 달래고 때론 윽박지르면서 ‘골고루! 골고루!’를 외치다 지친 엄마들은 하소연한다.

“우리 아이는 입이 짧아서 걱정이에요.”

“아이가 편식이 심해요. 어떻게 하면 골고루 먹을 수 있죠?”

하지만 엄마 자신이 ‘골고루 먹이기’라는 굴레에 갇힌 것은 아닌지 살펴볼 일이다. 아이가 싫어하는 음식을 억지로 먹이고 있지는 않은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음식을 골고루 먹는다는 것은 엄마들의 생각처럼 반드시 밥과 고기, 야채를 많이 먹어야 하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만약 아이가 밥을 덜 먹는 대신 빵이나 국수, 고구마를 잘 먹는다면 놔둬도 된다. 고기도 마찬가지다.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를 대신해 생선이나 두부, 콩을 좋아하면 괜찮다. 야채 대신 과일을 먹는 것도 좋다. 싫어하는 시금치나 당근, 양파, 파를 억지로 먹이느라 고생하기보다는 차라리 아이가 좋아하는 음식을 ‘더 많이’ 먹도록 신경 쓰는 편이 낫다.

과자나 인스턴트식품이 아니라면 아이가 좋아하는 음식 위주로 많이 먹이는 게 중요하다.

아이가 일시적으로 좋아하는 음식 위주의 편식을 한다고 해서 영양 불균형이 되거나 영양실조에 걸리지는 않는다. 오히려 한두 가지라도 씹어 삼키는 훈련을 반복하다 보면 배의 그릇이 늘어나고 먹는 양도 많아진다. 그래도 아이의 영양이 걱정된다면 보충 영양제를 이용하는 것도 아이디어다.

한 가지 더 있다. 식사만큼은 반드시 아이가 식탁에 앉아 스스로 떠먹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으로부터 엄마 스스로 자유로워져야 한다. 아이들은 대부분 산만하다. 달리 표현하면 세상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 차 있어 밥보다 중요한 게 더 많다.

아이가 TV 앞에서 먹기를 원하거나 온 집안을 뛰어다니며 먹기를 원한다면 그대로 해 주자. 물론 밥그릇을 들고 쫓아 다녀야 하는 엄마의 고충은 십분 이해된다. 하지만 지금 아이에게는 엄격한 식사 예절이 절실한 게 아니다. 좋아하는 것을 한 숟가락이라도 더 먹는 과정을 통해 먹는 즐거움을 깨닫는 것이 더 가치 있다.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단순히 입 안에 음식물을 밀어 넣는 행동이 아니다. 내 몸 밖에 존재하는 것을 입으로 삼켜 내 것으로 만들어 내는 일이다. 그것은 인생의 이치를 배우는 한 과정이기도 하다.

최혁용 함소아 한의원 네트워크 대표원장 www.hamso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