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장을 위한 칸은 없다'(No Cannes for Old Men).
올해 60회를 맞는 칸 영화제(16~27일)의 특징은 칸의 단골손님인 코언 형제의 경쟁부문 공식초청작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No Country for Old Men)를 패러디한 표현이 알맞을 것 같다.
칸은 환갑을 맞았지만 정작 경쟁부문 공식 초청작 22편의 감독 중에 환갑을 넘긴 이는 한명도 없기 때문이다. 최고령자가 2000년대 이후 비로소 각광을 받기 시작한 프랑스출신 여성감독 카트린느 브레야(59) 다. 그 다음이 러시아의 거장 알렉산더 소쿠로프(56), 오스트리아 출신 중견감독 울리히 자이들(55)의 순이다. 공동연출자를 포함한 24명의 감독 중에 30대가 9명, 40대가 4명, 50대가 10명이다.
지난해 황금종려상이 영국의 노장 켄 로치(71)에게 돌아간 것을 상기할 필요도 없이 언제나 노장과 신예 사이에서 저울질하기 바빴던 칸으로선 이례적인 해이다. 그만큼 올해 칸은 '예우' 보다는 영화의 오늘과 미래를 책임진 감독들의 치열한 실력대결이 펼쳐질 전망이다. 기대를 모았던 임권택 감독의 '천년학'이 초청작에서 제외된 이유를 짐작케 하는 부분이다.
영화계의 전설들은 빠졌지만 그 어느 해 보다 실제 중량감은 만만치 않다. 코언 형제, 에밀 쿠스트리챠, 쿠엔틴 타란티노, 왕자웨이(王家衛), 거스 반 산트처럼 칸이 키워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명감독이 대거 참여했다. 황금종려상 수상자가 셋, 감독상 수상자가 넷, 신인감독상인 황금카메라상 수상자가 둘이다.
이에 맞서는 그룹은 신예라기보다는 칸과 경쟁하는 베를린과 베니스영화제를 통해 발탁돼 칸 공식경쟁작에 첫 발을 딛는 일군의 감독들. 2003년 '리턴'으로 베니스 황금사자상과 신인감독상을 한꺼번에 가져간 러시아의 신성 안드레이 즈비아긴체프, 2004년 '미치고 싶을 때'로 18년 만에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을 독일에 안겨준 파티 아킨, 2004년 베를린과 베니스 영화제 감독상을 잇달아 휩쓴 김기덕과 베니스에서 감독상(2002년)을 받은 이창동 감독 등이다.
이런 치열한 경쟁구도에 한국 영화가 두 편이나 초청됐다는 것 자체가 한국영화의 미래를 위해 매우 반가운 일이다. 2000년대 이후 한국과 함께 칸을 누비던 중국, 이란, 태국의 영화들은 할리우드 배우들의 초호화 캐스팅에 힘입어 개막작으로 선정된 왕자웨이의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를 제외하곤 명함도 내밀지 못했다는 점에서도 한국영화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다.
영화계에선 '밀양'의 수상 가능성에 좀더 무게를 싣고 있다. '숨'이 김기덕 감독의 주제의식과 연출력에 무게중심이 실렸다면 '밀양'은 이창동 감독의 주제의식과 연출력에 전도연의 빛나는 연기가 더해졌기 때문이다.
영화평론가 전찬일 씨는 "2000년대 이후 한국영화가 연출력은 인정받았지만 배우들의 연기력은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다는 점에서 세계 영화계에서 스타파워를 뒷받침해줄 수 있는 연기상 수상에 더 기대를 걸어본다"고 말했다. 한상준 부천영화제조직위원장도 "연기상은 연출자의 지명도가 중요한데 이창동 감독의 지명도라면 기대해볼만하다"고 말했다.
권재현기자 conf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