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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경선 룰 ‘神의 答’은 없다

입력 | 2007-05-09 23:01:00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는 어제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 측에 경선 룰 중재안을 내놓고 “양 캠프가 애국심을 갖고 판단하고 수용해 달라”고 호소했다. “양보하는 사람이 이번 경선에서 이긴다”는 말도 했다. ‘게임의 룰’에서 소소한 이익을 챙기는 것보다 큰 정치를 하겠다는 자세로 민심(民心)을 얻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얘기였다.

이번 중재안의 핵심은 전체 선거인단의 20%를 차지하는 여론조사를 반영할 때 비당원(일반 국민) 투표율에만 하한선을 정한 것이다. 당원-대의원-비당원 투표율 평균치를 적용하되 비당원 참여율이 30% 선에 머무는 점을 감안해 투표율이 67%(3분의 2)에 못 미치더라도 67%를 기준해 계산하도록 한 것이다. 민심(民心)을 좀 더 반영하기 위한 고심의 산물이다. 이에 이 전 시장은 수용 의사를 밝혔지만, 박 전 대표는 “자기가 확실히 이기는 규칙을 만들 때까지 바꾸고 또 바꾼다면 끝이 없다”며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박 전 대표 측이 중재안 수용을 끝내 거부하면 공은 21일 전국위원회 표결로 넘어간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벌써 지도부 총사퇴와 박 전 대표의 경선 불참은 물론 분당(分黨) 가능성 등 갖가지 위기 시나리오가 나돈다. 특히 당권을 겨냥해 지도부 흔들기 차원에서 중재안을 비판하는 중진들도 있다. ‘불난 집에서 튀밥 주워 먹겠다’는 몰염치한 행태다.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른 것은 이, 박 양측이 대세론에 취해 경선에서만 이기면 된다는 착각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두 진영 내에서는 4자 필승론까지 나온다. 이, 박이 갈라선다고 해도 범(汎)여권이 통합신당 후보 대 친노(親盧) 후보로 갈라지면 4자 구도가 돼 독자 출마해도 승산이 있다는 것이다. 지나친 낙관이다. 범여권이 후보 단일화에 성공하면 어쩔 것인가.

어떤 게임의 룰도 모두를 만족시키는 ‘신(神)의 답(答)’일 수는 없다. 8월 경선까지는 100여 일, 대선까지는 7개월여가 남아 있다. 풍향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 국민의 관심은 누가 나라를 제대로 이끌 능력과 비전을 갖고 있느냐다. 이, 박 두 사람은 경선 룰 다툼을 접고 국민의 이런 요구에 부응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