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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풍환우’ 러 공군이 붉은 광장 상공 먹구름을 걷어 냈다고?

입력 | 2007-05-10 17:20:00

러시아 공군이 9일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열린 전승기념일 행사를 앞두고 먹구름을 걷어내는 신기술을 선보였다. 군사 퍼레이드가 시작될 붉은광장에 햇빛이 비치도록 하기 위해 오전 8시 반부터 행사장 서쪽 50∼100km 상공에서 IL-18기와 AN-12기 등 항공기 12대를 동원해 구름 속에 요오드화은, 얼음알갱이, 액화질소 등 인공강우 촉매제를 뿌렸다. 행사가 열리기 전 하늘은 먹구름이 가득했으나(왼쪽 사진) ‘먹구름 분산 작전’ 뒤 하늘은 말끔히 갰다. 모스크바=정위용 특파원

9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붉은 광장에서 세계 2차 대전 전승 기념일 행사가 열리는 가운데 전투기들이 대형을 이뤄 비행하고 있다. [로이터/동아닷컴 특약]


"붉은 광장 상공의 먹구름을 뚫고 햇빛을 비치게 하라."

러시아 공군은 9일 모스크바 붉은 광장에서 열린 전승기념일 행사를 앞두고 대중 앞에 '먹구름 분산 작전'을 선보였다.

러시아 관영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공군은 이날 모스크바 상공에 걸쳐진 먹구름을 몰아내기 위해 IL-18기와 AN-12기 등 항공기 12대를 동원했다.

항공기에 탄 군인들은 이날 오전 6시 반부터 모스크바 서쪽 100km 상공에서 구름의 이동 경로와 성질을 조사했다. 동쪽으로 이동하는 구름 속에 요드화은, 얼음덩어리, 액화질소 등 인공강우 촉매제를 뿌릴 시간과 장소를 맞추기 위해서였다.

항공기들은 군사 퍼레이드가 시작될 붉은 광장에 햇빛을 비치기 위해 오전 8시 반부터 행사장 서쪽 50~100km 상공에서 촉매제를 뿌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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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공군 대변인 알렉산드르 드로브셰프스키 대령은 이날 "먹구름을 몰아내는 기술은 세계에서 러시아 공군만이 갖고 있다"고 자랑했다. 그는 "대기 중의 습기를 촉매제 주변에 몰려들게 만들어 행사 전에 인공 강우를 내리도록 하는 것이 기술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먹구름이 층층이 낀 데다 바람의 방향이 일정하지 않아 처음에는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았다. 붉은 광장에서 군사 퍼레이드가 시작된 지 30분이 지나 10시 반에야 크렘린 상공에서 먹구름이 걷히기 시작했다.

낮 12시 15분경이 되자 먹구름 속에서 파란 하늘이 듬성듬성 모습을 드러냈다. 행사장 주변 관광객들은 구름 속에 뚫린 파란 하늘을 쳐다보며 환호성을 질렀다.

그러나 이날 구름 분산 작전은 대기 오염 논란도 빚었다. 방부제나 소독제로 사용되는 요드화은과 다른 화학물질이 인체에 미칠 영향 때문이었다. 모스크바 환경단체인 '에코자쉬트'의 슬리뱌크 소장은 "현대 과학 기술로는 촉매제가 인체에 유해한지 검증할 수 없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빌판트 러시아 기상청장은 "공중에 살포되는 화학 물질은 허용치의 100분의 1도 못 미치는 극미량이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중국 등은 가뭄 해소를 위해 1970년대부터 인공 강우 기술을 개발해왔다. 러시아 공군은 인공강우와 구름 분산 기술을 1990년 성공적으로 개발해 1995년부터 폭 넓게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도 가뭄과 황사에 대처하기 위해 인공 강우 기술을 활용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내년 8월 열릴 베이징올림픽에서 기상이 좋지 않으면 이런 기술을 쓰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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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정위용특파원 viyon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