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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룡 400주기 추모행사-학술대회-전시회 잇따라

입력 | 2007-05-11 03:01:00


“오늘날의 급무(急務)는 말을 많이 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백성에게 편의한 정사를 급히 실시해 사방에서 그 소문을 듣고 환하게 재생(再生)의 기대를 갖게 하는 것입니다.”

임진왜란이 발발한 지 2년 뒤인 1594년, 서애 유성룡이 선조에게 공납의 폐단을 지적하며 올린 말이다. 서애의 간곡한 호소는 잡다한 공납을 쌀로 통일해 땅 없는 가난한 백성이 공납의 부담에서 해방된 작미법(作米法)의 시행으로 이어졌다.

올해로 서애가 세상을 뜬 지 400년이 됐다. ‘서애 유선생 서세(逝世) 400주년 추모사업준비위원회’를 중심으로 ‘통합과 조정의 리더’였던 서애를 기리는 추모행사와 학술대회, 전시회가 잇따라 열린다.

12일 오후 3시 경북 안동시 낙동강변 탈춤공원에서 열리는 추모제전은 임진왜란 당시 칼을 겨눈 한중일의 후손이 400년 만에 손을 잡는 역사적인 화해의 장이 될 것으로 전망. 서애의 후손 류영하 씨와 이순신 장군의 후손 이종남 전 감사원장, 율곡 이이의 후손 이천용 씨, 임진왜란 당시 일본군의 총대장이었던 우키다 히데이에(宇喜多秀家)의 후손 아사누마 히데토요(淺沼秀豊) 씨, 선봉장이었던 고니시 유키나가(小西行長)의 후손 고니시 손도쿠(小西尊德) 씨, 명나라 장수 이여송(李如松)의 후손 리쩌찬(李澤綿) 씨 등이 주인공이다. 이들은 이날 오전 11시 안동시 하회마을의 서애 종택 충효당에서 열리는 고유제에서 지핀 불씨를 추모제전 장소로 옮겨 와 화해의 횃불을 함께 밝힌다. 일본 후손들은 이날 ‘임진왜란으로 일본이 조선에 피해를 준 것에 대해 조상을 대신해’ 정식 사과할 예정이다.

29일부터 7월 8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시실에서는 서애의 유물을 감상할 수 있다. 서애가 임진왜란의 참상을 꼼꼼히 기록한 징비록(국보 132호)과 군무(軍務)에 관한 공문을 엮은 군문등록(軍門謄錄) 등이 전시된다. 국립중앙박물관 전시가 끝난 뒤엔 국립전주박물관과 안동 한국국학진흥원 유학박물관 등에서 순회 전시된다.

서애의 생애와 사상을 조명하는 학술대회도 풍성하다. 11일 육군사관학교와 15일 안동시민회관에서 서애의 정치·외교활동, 학문세계를 고찰하는 학술대회가 잇따라 열린다. 10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학술대회에서는 이성무 한국역사문화연구원장이 “서애가 율곡 이이의 10만 양병설에 반대했다는 기록은 붕당과 학파에 따라 서애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조작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추모사업준비위원회 류한성 고려대 명예교수는 “서거 400주기 행사는 단순한 재조명이 아니라 국민을 존중하고 역량을 결집할 수 있는 지도자상을 만들어 가는 데 이바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