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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눈/스인훙]中‘북한 감싸기’는 끝났다

입력 | 2007-05-11 03:01:00


‘2·13 합의’는 북한의 영변 핵 원자로를 규정된 시일 안에 반드시 폐쇄(shutdown), 봉인(seal)하도록 명확히 규정했다. 또 불명확하지만 폐쇄 이후에도 가동하지 못하도록 ‘핵 불능화(disablement)’ 조치를 요구했다.

그러나 이 합의는 북한이 이미 보유한 핵무기,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핵 재료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는 규정하지 않았다. 또 북한이 핵무기를 언제까지 최종 포기해야 하는지에 대한 언급도 없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달 초 조지 W 부시 정부가 1월 말에서 2월 초 사이에 북한의 중화기 수출을 묵인해 줘 미국이 스스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결의안을 위반했다고 보도했다. 이뿐만 아니라 미국은 사실상 한반도 비핵화 목표를 포기한 듯한 모습까지 은근히 내비치고 있다.

미국의 이 같은 급격한 정책 변화는 수렁에 빠진 이라크 문제로 국내 정치가 매우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북한은 왜 핵실험을 실시한 뒤 세계를 향해 핵보유국이라고 선언했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초 마치 핵 문제 해결을 갈망해 오기라도 한 듯 갑자기 협의에 나섰을까.

이유는 4가지다. 먼저 ‘2·13 합의’를 통해 유엔 및 각국이 북한의 핵실험 이후 취하려 한 제재조치의 정치적 또는 법리적 이유를 없애기 위해서다.

둘째, 설령 중국 및 한국과의 관계에 손상이 오더라도 미국과의 거리를 줄이고 미국과 중국이 공동으로 북한에 압박을 가해 올지도 모르는 미래 상황을 피하기 위함이다.

셋째, 올해 말 치러지는 한국의 대선에 영향을 줌으로써 한국 정부가 지속적으로 북한에 관용을 베푸는 정책을 실시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넷째, 핵무기를 포기해야 하는 전략적 대가를 적게 치르는 대신 에너지와 경제 원조를 많이 이끌어 내기 위해서다.

북한 핵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이런 중대한 변화는 이미 큰 부작용을 낳고 있다.

먼저 북한 핵 문제가 북-미 사이의 양자 문제로 변질되면서 한국과 중국의 역할이 크게 약화됐다. 중국은 북한 문제의 기본 형세를 조성하는 지렛대를 잃어버렸다. ‘이해관계자’로 상징되는 중국과 미국의 관계도 상당한 손상을 입었다.

한국은 적절한 대북 정책을 사용할 기회를 잃어버렸다. 북-미 사이의 회담에서 일본인 납치 문제가 전혀 논의되지 않으면서 미일 관계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았다.

앞으로 중국은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가. 먼저 미국이 북한 핵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 ‘이해관계자’라는 개념으로 돌아오도록 요구해야 한다. 또 북한 문제에 관한 한 중대한 조치는 반드시 사전에 베이징(北京)과 협의를 거치도록 해야 한다. 또 북한이 중국에 대한 준(準)적대 태도를 바꿀 때만이 문제를 진정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 줘야 한다.

중국은 여전히 그리고 마땅히 관용적인 대북 정책을 펼쳐야 한다. 하지만 반드시 알아 둬야 할 게 있다. 그것은 오랜 역사적 경험이 반복해서 알려 주듯 단순히 원조와 친절, 인내만으로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북-중 사이의 실용적 협력조차도 이끌어 낼 수 없다.

일반적으로 중국이 타국에 대한 정책을 결정할 때는 마땅히 상대국이 중국의 기본 이익에 부합하는 정책을 펴는지를 봐야 한다. 이는 국제관계에서 불변의 진리요, 상식이다.

따라서 중국은 앞으로 대북 원조를 제공할 때는 마땅히 견결하고도 합리적인 정치적 부대조건을 내걸어야 한다. 또 중국은 반드시 말과 행동 모두 한반도의 비핵화를 견지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중국의 근본적인 안전과 외교 이익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스인훙 중국 런민(人民)대 국제관계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