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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한 분 때문에 公黨이 무너져서야”

입력 | 2007-05-11 03:01:00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10일 오후 수원시 ‘경기도 문화의 전당’에서 열린 경기문화포럼 창립식에 참석해 강재섭 대표의 경선 룰 중재안과 관련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수원=김동주 기자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10일 오전 서울 강서구 염창동 한나라당 당사에서 17대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한 뒤 지지자들의 축하 카네이션을 받고 있다. 이종승 기자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10일 “이런 식으로 하면 경선도 없다”며 강재섭 대표의 ‘경선 룰’ 중재안을 둘러싼 일전(一戰)에서 배수진을 쳤다.

박 전 대표는 또 “한 분 때문에 당원들이 애써서 만든 룰을 깨고 공당이 무너지는 것보다 차라리 제가 1000표를 드리겠다”며 “우리가 만들어 놓은 (8월 21일 이전에 20만 명으로 경선을 치르기로) 합의한 룰대로 하자”고도 했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오후 “그런(경선에 불참하거나 탈당하겠다는) 말은 한 적이 없다”고 했지만 당내에는 그가 중재안 처리를 앞두고 배수진을 친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중재안이 당헌으로 확정될 경우 경선에 불참하겠다는 뜻 아니냐는 것이다.

박 전 대표 캠프에는 하루 종일 긴장감과 비장함이 감돌았다.

강 대표의 중재안이 발표된 9일 캠프 일각에서는 ‘경선 불참론’이 내부적으로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박 전 대표의 이날 발언이 캠프 차원에서 결정된 것은 아니라고 측근들은 밝혔다.

○ “중재안 통과되면 경선 안 할 수도 있다”

박 전 대표의 ‘경선 없다’ 발언이 강 대표에 대한 압박용인지 실제 경선 불참으로 이어질 것인지는 현 시점에서 확실하지 않지만 박 전 대표의 측근들은 “중재안이 통과되면 박 전 대표가 경선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를 보였다.

박 전 대표의 핵심 측근인 유승민 의원은 통화에서 “‘경선 없다’ 발언이 당장 경선에 불참하겠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그냥 한번 해본 말은 더더욱 아니다”며 “실제 경선에 불참할 수 있다는 뜻과 (당헌 개정안을 처리하는) 전국위원회를 앞두고 당에 메시지를 전달하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박 전 대표가 (여론조사 반영 비율 산정 시) 비당원 투표율 67%를 보장하는 강 대표의 중재안에 대해 ‘비민주적이고 위헌적’이라는 견해를 밝혔기 때문에 그런 룰에 따라 경선을 치르는 것은 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중재안이 전국위원회를 통과하면 박 전 대표는 경선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박 전 대표의 ‘1000표를 줄 테니 합의대로 하자’는 발언에 대해 유 의원은 “박 전 대표가 1000표를 줄 수도 없고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받을 수도 없는 것”이라며 “여론 지지를 더 받고 있는 이 전 시장이 합의와 원칙을 깨면서 자꾸 경선 룰을 바꾸자고 하니까 역설적으로 표현한 말”이라고 해명했다.

박 전 대표의 측근인 최경환 의원도 “원칙을 지키지 않고 자꾸 꼼수를 쓰느냐고 질책하는 의미가 담겨 있는 말”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 전 시장 측의 진수희 의원은 “당원과 국민의 신성한 표를 노름판의 판돈 수준으로 끌어내리는 모독적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유 의원은 박 전 대표의 탈당 가능성에 대해 “박 전 대표는 한나라당을 다시 일으켜 세운 분이다. 탈당은 말도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 향후 전략은 ‘당심(黨心)’에 호소

최 의원은 “강 대표 중재안의 비민주성을 당원에게 지속적으로 알릴 계획”이라며 “당을 위해서도 상임전국위원회까지 가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문제를 놓고 박 전 대표가 강 대표나 이 전 시장과 만날 계획은 없다”며 “결자해지 차원에서 강 대표가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 의원은 “민주주의 선거 원칙을 깨는 중재안으로 경선을 치르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라는 점을 계속 강조할 것”이라며 “상임전국위원들 상대로도 중재안의 부당성을 적극 알리겠다”고 말했다.

○ “중재안 부결되면 지도부 책임져야 할 것”

박 전 대표의 한 측근 의원은 “당을 구하겠다는 강 대표의 진정성은 의심하지 않는다”면서도 “정치 생명을 걸고 만든 중재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강 대표를 포함한 지도부에 대한 책임론이 자연스럽게 제기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캠프 일각에서는 강 대표가 중재안 발표 막판에 ‘비당원 투표율 67% 보장안’을 포함시켰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한 캠프 관계자는 “강 대표의 중재안 발표 전날 그의 측근에게서 ‘선거인단 규모를 23만 명으로 늘리는 것이 중재안의 주된 내용’이라는 말이 나왔다”며 “강 대표가 발표 직전에 ‘67% 보장안’을 포함시킨 것 아니겠느냐”고 주장했다. 그는 또 “강 대표가 이 전 시장 측 요구를 받아들여 이 안을 포함시켰다는 의혹이 있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박재완 비서실장은 “강 대표 외에는 중재안 내용을 사전에 알고 있었던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이명박 “남들이 가지 않은 새 길을 열겠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10일 제17대 대통령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하면서 ‘일하는 대통령, 희망을 주는 대통령’을 강조했다.

경선 룰을 둘러싼 당내 분란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예정된 일정이긴 하지만 출마 선언을 강행한 것은 현 상황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는 게 측근들의 설명이다.

○ ‘일과 희망’이 키워드

이 전 시장은 “저는 늘 일하는 사람이었고 그래서 일하는 법을 안다”면서 “일 잘하는 대통령이 되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희망’을 함께 얘기했다. 그는 “서민에게 희망을 주는 대통령이 돼 기회의 나라를 다시 만들겠다”고 했다. 이 전 시장이 이날 강조한 일과 희망은 지금까지 자신을 다른 주자들과 차별화하면서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게 한 원동력이기도 하다.

한 측근 의원은 “출마 선언문의 핵심은 ‘일’이다”며 “일로 승부를 건다는 이 전 시장의 생각이 지금까지 많은 사람의 지지를 받았고, 다른 주자와 차별화하는 결정적 요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 전 시장의 출마 선언문은 이 전 시장을 돕고 있는 의원들과 자문 교수들의 합작품이다. 이 전 시장이 큰 방향을 잡았고, 막판까지 여러 차례 수정했다고 한다.

○ 달라지는 대권 행보

대선 출마 선언으로 이 전 시장의 대권 행보가 바뀔 것으로 보인다. 이 전 시장 캠프는 대권 도전 의사를 밝힌 이상 ‘예비주자 이명박’이 아닌 ‘차기 대통령 이명박’ 이미지를 확산시켜 대세를 굳힌다는 전략이다.

우선 국가와 국민 전체를 아우르는 일정을 개발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출마 선언 이후 첫 공식 행보를 판문점 방문으로 잡은 것도 이런 맥락이다. 11일 판문점에서 국가적 어젠다인 남북문제를 언급해 국가지도자의 이미지를 부각할 계획이다.

12일부터 1박 2일간 광주를 방문하는 것도 무관하지 않다. 이 전 시장은 국립5·18민주묘지 참배 후 5·18기념 마라톤대회, 무등산 등반 등에 참석할 예정이다. 출마 선언 이후 첫 지역 방문지로 호남을 선택해 동서 화합을 추구하는 이미지를 강화하려는 것이다.

시선도 당이 아니라 국민 쪽으로 돌리기로 했다. 박 전 대표와 대립각을 세우는 것이 ‘국민후보’가 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측근인 정두언 의원은 “앞으로는 당 문제에서 벗어날 예정이다. 당 문제로 발목이 잡혀 있어서는 안 된다”며 “대선후보로서 국민을 위해 할 일을 해 나갈 것이며 외연 확대에도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가 이날 “경선은 없다” “1000표 줄 테니 8월에 20만 명을 대상으로 경선을 하자”고 했지만 이 전 시장 측이 공식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이 전 시장은 ‘경선 룰’ 논란이 당의 붕괴 위기로까지 이어질 경우 경선 무산의 가능성을 무릅쓰면서 중재안을 밀어붙일 것인지, 아니면 정치적 협상을 통해 해결책을 모색할 것인지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전 시장은 이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대선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선관위에 등록한 대선 예비후보의 당적 변경은 출마에 영향을 받지 않지만 당내 경선후보로 등록한 뒤에는 탈당하면 대선후보로 출마할 수 없게 된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출마선언문 요지

저는 오늘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이 자리에 섰습니다. 지난 10년 우리는 발전의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낙관의 역사가 비관의 역사로 바뀌고 있습니다. 그 책임은 리더십에 있습니다. 무능한 이념 세력이 나라를 제대로 이끌지 못했습니다.

저는 대한민국의 힘을 믿습니다. 긍정의 힘을 믿습니다. 그런데 전제가 하나 있습니다. 리더십을 바꿔야 합니다. 남들이 가지 않은 새 길을 여는 창조적 리더십이어야 합니다.

국민이 잘사는 나라는 중산층이 두꺼운 나라입니다. 중산층의 나라를 만들겠습니다. 기회의 나라를 다시 만들겠습니다. 잘사는 국민, 따뜻한 사회, 강한 나라, 살맛 나는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합니다.

말이 아니라 실천으로 보여 주는 대통령이 되고자 합니다. 저는 늘 일하는 사람이었고, 그래서 일하는 법을 압니다. 말 잘하는 대통령이 아니라 일 잘하는 대통령이 되길 소망합니다.

나라의 새로운 미래를 열기 위해서는 정권을 교체해야 합니다. 한나라당이 유일한 대안입니다. 저는 한나라당의 후보로 반드시 정권을 교체하고야 말 것입니다. 혼자서는 할 수 없습니다. 국민 여러분과 당원 동지 여러분과 함께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