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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차기총리 유력 ‘고든 브라운’

입력 | 2007-05-11 03:01:00


‘위대한 설교가(Great Commu-nicator)’에서 ‘거대한 수수께끼(Great Puzzle)’로.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와 차기 영국 총리로 유력한 고든 브라운 재무장관의 차이를 뉴욕타임스는 10일 이렇게 표현했다.

잘생긴 외모와 화려한 언변을 자랑하는 블레어 총리와는 반대로 브라운 장관은 무뚝뚝한 표정의 전형적인 행정가 타입이다. 일밖에 모르고 개인감정을 드러내지 않아 ‘철의 재상’이라고도 불린다.

그는 사실상 블레어 총리와 함께 ‘노동당 정권 10년’을 주도해 왔다. 정권 출범 전부터 블레어 총리와의 밀약을 통해 차기 총리를 보장받았고 1997년부터 10년 동안 재무장관으로 재임하면서 영국 경제의 호황을 이끌어낸 ‘준비된 총리’로 평가받는다.

1951년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장로교 목사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16세에 명문 에든버러대에 입학했다. 1983년 의회에 진출해 1989년 예비내각 통상산업장관, 1992년 예비내각 재무장관을 맡으며 승승장구했다.

그의 향후 정책 방향은 뉴욕타임스의 전언대로 아직 ‘수수께끼’다. 가장 큰 과제는 그가 ‘2인자’의 인상을 떨쳐 내고 자신만의 색채를 보여줄 것인지에 달렸다.

더 타임스는 “다음 총리는 백지 상태에 있다”며 앞으로 몇 주 동안 구체적인 내용을 채워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무장관으로서 영국 경제를 이끌었기에 미국식 시장 개혁을 지향하고 유로화 가입에 반대하는 등 경제정책에는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외교정책에서는 변화가 예상된다.

그는 기본적으로 친미 성향이지만 ‘부시의 푸들’로까지 불렸던 블레어 총리보다는 미국과 거리를 둘 것으로 예측되며 이라크전쟁 반대 여론이 거세짐에 따라 조기 철군에도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단명 총리로 끝나지 않으려면 바닥에 떨어진 노동당의 인기를 반전시켜야 한다는 것도 큰 숙제다. 3일 실시된 지방의회 선거 결과 노동당이 그의 고향인 스코틀랜드에서 50여 년 만에 참패하면서 그에게도 적지 않은 타격을 안겨준 사실은 ‘고든 브라운 총리’의 앞날이 쉽지 않음을 보여 준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